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경기도 흔치 않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가 '고난도 모의고사'를 치른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0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돔에서 멕시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 15회 출전에 빛나는 축구 강국이다. 한국(53위)과의 맞대결에서는 5승2무4패로 멕시코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자국 리그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유럽파가 대부분 빠졌지만 오리베 페랄타(30·산토스 라구나)·라파엘 마르케스(35·레온)·헤수스 사발라(27·몬테레이)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한국전 출격을 앞두고 있다.
한국이 상대해야 할 적은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이번 평가전은 다양한 변수들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전이 열리는 알라모 돔은 이름 그대로 실내 경기장이다. 평소에는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사용되지만 축구·농구·레슬링·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들이 개최되기도 한다. 축구를 위한 경기장으로 개조될 경우 최대 5만50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실내경기인 만큼 관중들의 함성에 따른 울림이 야외 경기장보다 크다. 돔구장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당황할 수 있다.
샌안토니오는 미국 속의 작은 멕시코로 불린다. 미국 남부에 위치해 있어 멕시코와 거리가 가깝다. 상당히 많은 멕시코인들이 알라모 돔에 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5만장 이상의 티켓이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돔 경기장을 경험해봤다. 웨일스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지붕을 닫은 채 영국과 남자축구 8강전을 펼쳐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당시 런던올림픽 멤버 일부가 현 대표팀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이번에 돔 경기장 그라운드를 처음 밟게 된다. 멕시코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소리가 경기장 내에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장거리 이동과 극심한 기후 변화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표팀은 지난 13일 한국을 떠난 뒤 약 보름 사이에 브라질 이구아수-미국 로스앤젤레스-샌안토니오 등을 차례로 밟고 있다. 잦은 비행으로 인해 컨디션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브라질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대표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온화한 기후로 넘어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샌안토니오는 춥다. 해가 지면 영하 2도까지 기온이 내려간다.
대표팀은 샌안토니오에 도착 한 뒤 생각보다 심한 강추위에 몸을 움츠렸다. 현재 부상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홍명보호는 멕시코전에서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를 사용한다. 실전에서 브라주카가 이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주카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공인구였던 '자불라니'에 비해 정확도와 반발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킥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만큼 공격수에 유리하다.
대표팀은 브라질과 미국 전지훈련 과정에서 브라주카를 사용하며 감각을 익혀왔다. 실전에서의 궁합이 어떤지는 멕시코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종우(25·부산)는 "개인적으로 브라주카는 굉장히 민감한 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실전에서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공격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영(25·부산)은 "공의 반발력이 좋다. 키커가 제대로만 찬다면 골키퍼 입장에서 공을 막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브라질에서 다양한 변수와 맞서야 한다. 매 경기마다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고 각 지역의 기온과 환경에 그때그때 적응해야 한다. 원정 경기인 만큼 응원의 힘을 받기도 힘들다.
멕시코전은 브라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변수를 모두 포함시킨 '예방주사‘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예방주사보다 훨씬 따끔하겠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크다.
홍 감독은 "브라질에 가면 지금처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또 훈련 캠프와 실제 경기장과의 온도차도 크게 날 것"이라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은 대표팀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멕시코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