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오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를 앞두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서부 텍사스유(WTI)가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장에 비해 0.06% 하락한 47.9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의 지표 역할을 하는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런던에 있는 유럽거래소(ICE)에서 0.10% 하락한 배럴당 48.9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데는 감산물량 배정을 둘러싼 OPEC회원국 간 이견이 주효했다. OPEC 석유장관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란과 이라크 양국이 감산 동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회원국 생산물량의 2%를 줄인다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얼마를 줄일지 각론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OPEC 석유장관들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종 조율을 시도한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이란과 이라크가 총 8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매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생산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와 이란의 이러한 원유 생산량은 회원국 전체 생산 물량의 24.3%에 달한다. 일일 생산물량 기준으로 OPEC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해당한다.
이라크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증산의 주된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전비(戰費)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원유 생산 물량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은 국가재건작업이 한창인 이란에 대해서는 일단 예외를 인정해줬으나, 30일 석유장관회의에서 생산 물량 상한선을 제안할 예정이다.
OPEC이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 국제유가 하락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그 후폭풍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는 물론 한국 등 저유가에 짓눌려온 각국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메르츠방크는 올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빚을 내지 않고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4달러(약 8만8740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의 균형 예산을 뒷받침할 적정한 국제유가 수준으로 79달러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