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를 내지 않으면서 외국으로 많게는 수십억 원씩 송금한 악덕 체납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방세 상습 고액 체납자들의 해외은행 거래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8~11월 1000만 원 이상 체납자 4만302명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10개 외화거래 상위 은행의 거래내용을 집중 조사했다.
조사 결과, 96명(법인 포함)이 지난해 1월1일부터 올해 7월8일까지 3856만 달러(한화 449억 원)를 해외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96명의 해외 거래는 30개국에 걸쳐 692회나 이뤄졌다. 또 이들은 체납액(91억 원)의 5배 가까운 돈을 해외로 빼돌린 셈이다.
도 관계자는 "이들이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을 포함해 외국에 있는 은행은 해당 국가 법령을 적용받아 국세징수법 등에 의해 예금 등을 압류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국내은행을 통한 거래가 204회 2582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중국 129회 455만 달러, 미국 121회 319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일부 체납자들은 불가리아, 아랍에미리트, 슬로베니아, 미얀마, 파키스탄, 라오스 등의 은행을 이용해 외화를 송금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이모씨는 8000만 원을 체납하고도 폐업한 S무역을 통해 중국 칭다오 농업합자은행 등에 9만 달러를 송금했다.
1300만 원을 체납 중인 부천시의 박모씨는 G증권의 해외주식거래용 외화계좌에 12만 달러를 보냈다.
또 박모(용인시)씨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웰파고 은행의 본인 계좌로 10만 달러를 송금했다. 박씨의 체납액은 53억3400여만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외화 거래에는 법인도 동원됐다.
광주시의 ㈜T사는 폐업법인이지만 인도은행의 국내 지점 계좌 등을 통해 16차례에 걸쳐 145만 달러를 송금했다.
폐업상태인 안산시 ㈜G사도 미국 도이치뱅크, 홍콩 상하이은행의 법인 명의 계좌로 130만 달러를 거래했다. 이 회사의 체납액은 2800여만 원이다.
이에 따라 도는 적발된 체납자들의 외화 거래 계좌를 모두 압류했으며 폐업법인을 이용, 고액의 외화를 거래한 범칙사건 의심자 11명의 혐의 입증 시 형사고발을 할 계획이다.
또 도는 수백만 달러의 외화를 거래, 납부 여력이 있는 고질체납 법인 14개를 포함해 1만 달러 이상 외화 거래내용이 있는 체납자 71명에 대해 수배 및 동산압류 조치에 나선다.
도 관계자는 "수십 차례의 독촉에도 돈이 없다던 체납자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외화를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형사 고발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