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태용, 대구지검 압송…"조희팔 죽었다" 진술

강씨, 혐의만 30건 넘어 17일께 구속될 듯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사기행각의 2인자로 알려진 강태용(54)이 2008년 11월 중국으로 도주한 이후 7년여만에 마침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씨는 지난 10월 중국에서 체포된 지 68일만인 16일 오후 6시께 수사를 전담하는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됐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대구지검은 이날 중국 당국에서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강태용을 중국 난징(南京)공항에서 체포한 뒤 오후 1시55분 난징발 김해공항행 대한항공 KE878편을 이용해 오후 4시께 입국했다.

검찰은 KE787 항공기를 국제선 계류장이 아니라 보안이 좀 더 철저한 화물 터미널 주변 주기장에 비행기를 주기하게 한 뒤 강태용을 승용차에 바로 태워 대구지검으로 압송했다.

검찰은 앞서 대구지검 검사 1명과 수사관, 대검 관계자 등 4명으로 구성한 송환팀을 중국에 파견했다.

대구지검에 도착한 강씨는 장기간 중국 구금생활 탓인지 초췌한 모습으로 대구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강씨는 쏟아지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부분 말을 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고개만 가로저었다.

하지만 조희팔의 생사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희팔은 죽었다"며 "2011년 겨울에 사망모습을 봤다"고 대답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동안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씨의 중국에서의 송환이 늦어지면서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가 표류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씨가 마침내 송환됨에 따라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조희팔과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끌어모은 피해자 수는 2만4천599명이다. 공식 집계한 피해액은 약 2조5천62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사기 피해액이 이보다 2배가 넘는 4조∼8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강씨는 사기, 뇌물공여, 횡령 등 30여 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7일께 강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강씨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행각의 정점에서 부사장으로 활동했었으며, 수사기관에 뇌물을 건네는 등 수사무마 청탁을 시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강씨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된 검찰과 경찰 등이 현재까지 모두 7명에 달한다. 그러나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조희팔의 수조원대 사기행각의 중심인물인 강씨가 소환됨에 따라 조희팔 사기행각의 실체를 모두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강씨의 조사를 통해 정·관계 로비 의혹과 의익된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이 넘는 범죄 수익금 규모와 행방, 조희팔의 생사여부 등을 밝힐 계획이다.

또 검찰은 강씨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 등을 거부(묵비권) 할 것 등을 대비해 전국 교도소에 흩어져 있던 조희팔 사건 구속자 5명을 대구구치소로 이감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그동안 강씨의 진술이 없어 확인할 수 없던 부분까지 조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사건 전모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필요하면 접견 형식으로 강씨를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강씨는 검·경의 조희팔 사건 수사가 본격화된 2008년 10월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지난 10월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서 한국 검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현지 공안에 붙잡혀 7년간 도피 생활을 마감했다.

강씨는 중국에서 가명을 쓰고 한국 사업가 행세를 하며, '호화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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