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상균 조계사 은신 25일…무엇을 남겼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25일만인 9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면서 민주노총·조계사·경찰 세 주체간 갈등이 표면상 일단락됐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퇴거를 종용하는 신도들과 마찰을 빚었고 당초 민주노총 중재요청을 받은 조계종 화쟁위원회 역시 최근 자진출두를 권유하면서 민주노총은 고립무원에 빠졌다. 

6일 이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한 위원장 말을 믿고 기다리던 조계사 측도 한 위원장의 '버티기'에 "유감이다"며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경찰은 검거로 향배를 잡고 8일 조계사로의 진입을 시도하자 즉각 이를 가로막던 조계종과 대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조계사는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다. 

몇몇 정치인은 "범법자를 보호해줬다가는 국민에게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스님들의 항의를 받았고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조계사 스님들이 한 위원장 비호에 나선다며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계사 인근에서도 위원장 검거 촉구와 경내로의 공권력 투입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단체 행동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어쨌거나 최대 수혜를 입은 쪽은 조계종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 보호를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한 달 가까이 한 위원장을 내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종교 역할에 충실했다는 이미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종단 차원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과정중에 조계종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일부 조계사 신도들이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어내려는가 하면 조계종 스님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들끓었다. 

60대 여성 조계사 신도는 "신도들끼리 매일 소리지르고 싸우는 통에 너무 많은 사람이 피곤했다"며 "조계사가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김모(76·여)씨 역시 "그동안 신도들간 갈등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며 혹시나 이번 일로 불자들이 편협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앞서 조계종 화쟁위원회 역시 신도들과의 마찰에 대해 "신도들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지 못해 참회한다"며 "불교 내부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계사내 경찰병력이 진입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나서 공권력 투입 연기를 요청한 것 역시 한 수였다. 

종교시설로의 경력 투입에 부담을 느끼던 경찰이 조계종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 발 물러남에 따라 경찰·조계종·민주노총 모두 실리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조계종은 공권력 투입을 막으면서 소도로서의 위상을 굳혔고 경찰 역시 향후 예상되는 비난을 피해갔다. 민주노총 또한 체포에 따른 경찰-민주노총 조합원간 물리적 충돌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가자 수백명에 달하는 취재진들과 조합원들 역시 썰물처럼 뒤를 이으면서 조계사는 예전 고요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태가 크게 불상사 없이 수습돼 안도한다"면서도 "한 달간 불편을 겪은 건 맞지만 이토록 난리를 칠만큼 한 위원장이 대역죄를 저지른 건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이 당초 조계사에 피신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저지'를 이유로 내세운 데 대해 시민들의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켰는지는 미지수다. 

언론은 연일 한 위원장 검거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경찰과 민주노총간 대치 기사를 내보냈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 초점을 맞춘 기사 역시 비중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한 위원장 역시 이날 오전 경찰에 출두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개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상균이란 민주노총 위원장 거취에만 관심이 쏠려있다"고 꼬집었다. 

당초 노동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노동자와의 대화 중재에 나섰던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한 위원장 검거와 상관없이 계속 중재를 맡을 계획이다. 화쟁위는 10일 오전 이번 상황을 종합하며 각계에 감사와 호소의 뜻을 전하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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