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다시 고개든 '비대위' 카드…기로에 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앞에 당내 비주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라는 또다른 카드를 내놨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제안 후 촉발된 극한 갈등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당내 곳곳에서 '비대위 불가피론'이 퍼져나가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전당대회개최' 요구에서 '비대위' 요구로 방향을 틀었다. 중진의원 10여명이 8일 회동에서 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 구성에 의견을 모은 뒤다.

안 전 대표가 마지막이라며 혁신전대를 거듭 요청했지만 문 대표는 8일 관훈토론회에서 '대결이 아닌 통합'을 내세워 거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강하게 밀어부쳤던 혁신전대가 무산되자 비주류 진영은 비대위 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문 대표의 퇴진을 통해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아보겠다는 '플랜 B'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비주류 측이 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후 당헌에 따라 전대 수순을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위원회 보이콧'을 선언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전·현직 원내대표 회동에서 "수도권 의원을 포함한 과반 이상의 의원 의견이 비대위 체제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비대위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에서 새롭게 탈바꿈한 구당모임(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도 비대위 주장에 목소리를 보탰다.

구당모임 간사를 맡은 최원식 의원은 전날 회동 후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 비대위를 구성해 전대를 개최하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원들도 같은 날 첫 모임을 갖고 비대위 방안을 논의했다.

신경민 의원은 "문 대표, 안 전 대표 얼굴로 총·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건 공통적인 인식"이라며 "비대위 안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만 두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류는 현 지도체제 유지에 대한 우호여론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내에서 문 대표 체제를 흔드는 세력은 일부라는 것이다.

특히 비대위는 '패전 처리용 카드'라는 한계 인식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문 대표가 이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새정치연합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체제로 출범한 후 이미 두 차례의 비대위를 경험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박영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국민공감혁신위원회를 띄웠다.

박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실패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자 7선의 문희상 의원을 새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가 꾸려졌다.

그러나 문희상 비대위 역시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2·8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표체제가 새롭게 출범했다.

하지만 거듭된 '문 대표 책임론' 속에 전당대회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고,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비대위 필요성이 다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계파별 보스들이 비대위 안에 집결한 뒤, 그 토대 위에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그대로 띄우고 총선을 치르자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문 대표측 관계자는 "비대위는 이해관계자들마다 목적 의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비대위를 꾸리려면 어차피 임시전대를 열어야 하는데 계파별 지분 나눠먹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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