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영진(57) 전 KT&G 사장을 소환해 18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민 전 사장은 7일 오전 9시47분께부터 8일 오전 4시께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9시47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민 전 사장은 '청탁을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경찰수사 무마를 대가로 특정인에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있는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짧게 답한 바 있다.
또 KT&G 직원들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G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민 전 사장이 KT&G 협력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그 대가로 로비스트 남모(58·구속기소)씨 측에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씨는 2013년 3월 민영진 전 KT&G 사장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이를 대가로 오래 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지모씨에게 KT&G의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T&G는 2013년 회사 부동산 매각 관련 의혹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서울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벌여 KT&G에 추징금 448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KT&G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KT&G와 협력업체의 거래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이모(60) 전 KT&G 부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여기에 연루된 삼성금박카드라인 한모(60) 대표와 KT&G 신탄진공장 구모(46) 생산실장도 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 삼성금박카드라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납품업체 S사 곽모(54) 대표, W사 윤모(58) 대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