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1일 국방부를 향해 "평화와 인권을 존중해 병역거부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과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유엔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자를 어떠한 대책도 없이 감옥에 보내는 상황을 개선하기를 권고해왔다"며 "10년 만에 열린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에서도 어김없이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를 포함한 여러 인권 상황에 대해 권고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 여론을 핑계 삼아 문제를 회피하기만 해 유엔 각국 대표들의 눈총을 샀다"고 꼬집었다.
앰네스티는 "국내에서는 인권 단체 및 평화 단체들이 병역거부자를 지원하고, 대중 캠페인을 통해 거리에서 시민을 만나고, 정부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해온 결과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한국 정부는 해마다 700여명이 (병역거부로) 감옥에 가는 심각한 인권문제에 대해 가장 소극적으로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가두는 것은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박탈하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가 유엔의 권고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국내외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병역거부로 1년6개월 동안 수감됐던 이상민(28)씨가 참여했다.
이씨는 "저는 전과자로 낙인찍히며 이에 따른 불이익을 온몸으로 견뎌냈다"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전과자가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과자가 되고 있다"며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에 상당히 많은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낀다. 제가 사랑하는 국가가 저를 좀 더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참가자 중 1명이 죄수복을 입은 채 '양심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란 문구가 적힌 쇠창살 모형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도 병행됐다.
참가자들은 "아주 잠깐 사회복무제도라는 이름으로 대책을 마련한 적도 있지만 금방 백지화됐다"며 "한국 정부는 대안을 준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해마다 수백 명의 젊은이를 전과자로 만드는 일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인권 사안에 대해 완벽한 국가는 없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대한민국이 지금 당장 인권적으로 완벽한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인권에 대해 늘 고민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인권 현안에 대해서 진지한 자세로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을 돌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병역 거부 관련 국내법 재정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하나의 권리로 인정해야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전과 기록 말소 ▲양심적 병역 거부 수감 청년들 즉각 석방 등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국방부에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