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난 다자외교 강행군에 따른 건강악화의 여파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배웅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5분께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해외순방 귀국 직후인 지난 23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한 데 이은 두 번째 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발인에 앞서 장례식장 밖에서 대기 중인 운구차의 오른편에 서서 대기했다. 박 대통령의 뒤에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등이 함께 했다.
두 손을 모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박 대통령은 도열병이 나타나자 운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가까이 오자 목례를 한 뒤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운구차의 문이 닫히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나오자 박 대통령은 목례를 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현철씨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위로했다. 건강 문제 때문인 듯 피곤한 모습이었고 목소리도 작았다.
현철씨는 "몸도 불편하신데 와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발인을 함께 해준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운구차가 출발하자 다시 목례했고 장례식장을 벗어날 때까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바라봤다.
유족들은 운구차 뒤를 따라가면서 박 대통령에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찮으신데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인사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거행된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고인을 배웅하는 것으로 영결식 참석을 대신한 것은 지난 해외순방에 따른 감기와 피로누적 때문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영결식 참석과 관련해 대통령 주치의는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곧 있을 해외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장기간 외부공기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이어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차가 출발하기 직전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다시 가서 김 전 대통령과 영결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번 위로하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