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대통령, YS 서거 거듭 애도…代 이은 악연 해소될까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거듭 애도를 표하고 장례를 첫 국가장으로 치르도록 하면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악연'도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갑작스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경황 없이 조문을 다녀왔다. 고인의 마지막 길이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행자부에서는 장례식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말미에서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삼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면서 고인에게 재차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7박10일간의 다자외교 해외순방을 마치고 전날 새벽 귀국한 후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했다.

평생을 유신반대, 민주화투쟁을 해온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여러 차례 고초를 겪었다. 1963년 박정희 군정연장 반대 데모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고 1969년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다 질산 테러를 당했다.

특히 1979년 YH무역 여공들의 신민당사 농성 파문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제명을 당했고 "닭의 목을 비틀지라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으로 독재정권을 일갈했다.

김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악연은 그의 딸인 박 대통령과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직후인 1999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박정희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시국성명을 냈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이던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하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이 하는 것은 부정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인물이 다시는 정치 지도자가 돼서는 안된다"며 김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둘 사이의 갈등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 대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에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을 맡았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박근혜 비대위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현철씨의 공천 탈락에 크게 실망한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상도동 자택을 예방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박 대통령을 "칠푼이"에 비유하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전 대통령도 대선 막바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힘으로써 관계회복의 불씨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순방 귀국 직후 박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하고 거듭 애도를 표하며 정부에 예우를 다해 장례절차를 준비할 것을 주문함에 따라 본격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의 김 전 대통령 빈소 조문과 애도 입장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일 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후 조문을 위해 찾은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단 7분만 머물다 갔으며 방명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이던 지난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애도 입장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애도 성명에서 "큰 정치 지도자를 잃었다. 민주화와 민족화해를 향한 고인의 열망과 업적은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생전의 뜻이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병석에서도 우리 사회의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고인의 생전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부는 관련법과 유족들의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고만 했을 뿐 고인의 민주화 업적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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