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능 D-1]예비소집일…수험생들 "긴장· 불안한 마음"

"포기란 없다", "형님들 수능 잘보세요", "으쌰으쌰"

수능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예비소집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자고등학교 앞은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이날 1, 2학년 학생 700여명은 '풍문에 포기란 없다'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오전 10시부터 하굣길 선배들의 배웅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3 수험생들이 교실에서 하나둘씩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학교 전체에 일제히 함성이 울려 퍼졌다. 후배들은 고3 교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정문까지 일렬로 늘어서 수험표를 받아든 선배 수험생 380여명의 귀갓길을 일일이 배웅했다. 

고3 수험생들에게는 긴장과 불안감이 감도는 수능 전 마지막 하굣길이만, 후배들에게는 내년 수능을 앞두고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수능 전야제 날이다. 수업이 없는 대신 담임 선생님들의 수능 전 마지막 조회시간을 통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수험생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교문으로 들어섰다가 후배들의 응원을 지켜보며 잠시나마 밝은 표정으로 교문을 나설 수 있었다. 손에 수험표를 들고 교문 밖을 나선 수험생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수능 하루 전 심경을 표현했다.

강지수 양은 "아직은 얼떨떨해서 내일 수능이라는 사실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며 "컨디션 조절 때문에 며칠 전부터 일찍 자려고 노력했는데, 떨려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양은 "수시에 붙었지만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김송미 양은 "너무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련하다"며 "차라리 빨리 수능을 끝내고 수험생 할인을 받으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부모님이 제일 비싼 전복을 도시락으로 준비해 주시기로 했다"며 웃었다. 

하주영 양은 "어제부터 혹시 탈이 날까봐 오후 7시부터 음식을 먹지 않았고 오늘도 그럴 계획"이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후배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배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던 2학년 권수현 양은 "입학하기 전부터 응원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1학년 때는 마냥 즐겼는데, 지금은 내년의 내 모습을 생각하니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풍문여고 교사들도 운동장으로 나와 정문을 나서는 수험생들을 묵묵히 응원했다.

이날 서울지역 곳곳의 고등학교에서는 1, 2학년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인근 경복고등학교도 이날 수험생과 이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학교 전통인 '장행식'에서 후배들은 교문 앞에 모여 한마음으로 선배들을 응원했다. 교내 게시판에는 "2015 수능! 함께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들이 빼곡히 게재돼 있었다.

후배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걸어내려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교문을 나서던 3학년 장모 군은 "1년이 금세 지나갔다"며 "내일만 보고 1년동안 공부해왔는데 막상 (수능일이)닥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떨리기는 재수생도 마찬가지였다. 경복고 졸업생 임모(20)씨는 "작년보단 더 준비된 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하다"며 "재수를 시작할 때 1년이 굉장히 긴 시간 같아서 막막했는데 벌써 수능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서초구 서울고등학교의 1, 2학년 학생 1200여명은 학생회관부터 정문까지 300m를 줄지어 서 선배들을 응원했다. 교내에서는 각종 동아리 학생들이 선배들을 응원하며 악기를 연주했고, 교기를 흔들며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으쌰으쌰"를 외치며 기를 불어넣어주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미화(52) 교사는 "먹먹하고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동안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학생들에게 '다 사랑받는 사람인것을 잊지 말아라, 선생님이 응원하고 있겠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만학도들이 공부하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40~80대 수험생들이 수험표를 받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모여 들었다. 올해 수능에는 일성여고에서 검정고시를 치른 만학도 145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박종영(77) 할머니는 "우리 나이에 수능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즐겁고 감사하다"면서도 "얼마남지 않은 인생을 돌아보려면 마음 공부가 중요할 거 같아 심리학과를 지원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정애(65)할머니는 "가슴이 막 떨리고 설레인다. 아이들이 시험 잘 보라고 꽃도 사다주고 초콜릿도 사오니까 내가 수능생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며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시전형에 합격한 김학연(55)주부는 "어렸을 적 꿈이 수학선생님이었는데 가슴에 맺힌 한이 40년 만에 풀리게 됐다"며 "모든 학생들이 떨지 않고 평소에 하던대로 편하게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 다들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장면을 멋있게 장식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전국의 고등학교는 수험생들에게 수험표를 배부하고, 간단한 조회를 마친 뒤 귀가 조치했다. 수험생들은 오후 예비소집 때 시험을 치르는 학교에 들러 자신이 교실과 자리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수능 당일인 12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은 5도에서 13도, 낮 최고기온은 13도에서 19도로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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