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149일째를 맞은 6일, 서울광장에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기아차 비정규직)는 이날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시청광장 동쪽 금세기빌딩 건너편에서 '기아차 고공농성 150일 문화제'를 열었다.
현재 금세기빌딩 옥상 광고탑에는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45)씨와 한규협(41)씨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11일부터다. 현대기아차가 사내 하도급 노동자들을 불법사용했다는 주장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조합원은 약 200명.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닥이 빗물에 흥건히 젖었으나 참가자들은 우비를 착용한 채 돗자리를 펴고 앉아 무대 앞 발언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맨 처음 마이크를 잡은 함재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가 기아차 고공농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의 든든한 배경이 돼 돕겠다"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행사장 곳곳에는 투쟁을 독려하는 문구가 걸렸다.
무대에는 '불굴의 의지로 싸우는 동지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기아차를 비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라는 글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의 김영준씨는 청년실업의 애환을 표현한 '황금알을 낳던 거위'와 '장가도 못 갔네' 등의 노래를 불러 빗속에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고공농성 중인 최씨와 한씨는 마이크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화제에 참여했다.
최씨는 "내심 14일 민중총궐기 이전에 내려가 동지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어려울 것 같다"며 "완고하게 잘 버틸 테니 동지들도 힘내달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둘째 딸의 7살 생일인데 얼른 승리해 내려가 약속한 요괴워치 인형을 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씨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계신 동지들이 아니었으면 11월이 넘은 이 시점까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승리의 그 날을 생각하면서 함께 열심히 투쟁하자"고 다독였다.
마지막 발언을 한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양경수 분회장은 "두 동지를 생각하면 금요일 문화제를 할 때마다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덥고 추운 날씨와 자본의 탄압까지 모두 두렵다. 하지만 두 동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화제 말미에는 '비정규직 아리랑' 등의 노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비정규직 철폐하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