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에서 손님이 기계에 손을 넣어 다쳤다면 주인이 치료비 등 피해액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설민수)는 장모씨와 가족들이 방앗간 주인 양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의 치료비와 기대수입, 재산상 손해액을 합친 금액의 절반과 가족들에 대한 위자료 등 3600여만원을 양씨에게 배상하라고 했다.
장씨는 지난 2008년 12월 24일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주문한 가래떡을 찾아가기 위해 일행 2명과 함께 양씨의 방앗간을 찾았다.
양씨는 당시 가래떡을 뽑는 작업을 마친 뒤 기계 출구 부분에 붙어있던 떡을 조금 떼어 장씨에게 건넸고, 장씨는 받은 떡을 일행에게 나눠주고 떡을 더 떼어먹기 위해 오른손을 기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그 순간 양씨는 장씨가 손을 넣은 것을 보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시켰고, 사고로 장씨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상해를 입었다.
장씨는 "양씨가 방앗간 주인으로 손님 등이 상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 손가락을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양씨는 재판과정에서 "장씨가 무단으로 기계가 있는 작업장 내부로 들어와 기계에 손을 넣었다. 사고는 장씨의 과실에 의한 것이고, 장씨가 무단으로 떡을 먹으려던 행위까지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피고는 방앗간 운영자로 손님이 기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거나 위험성을 고지하고, 작동시에는 주변에 손님이 있는지 살필 의무가 있다"며 "이 같은 안전 배려 의무를 다하지 못해 손님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가 전에도 방앗간을 방문한 적이 있어 기계의 위험성을 알 수 있었던 점, 원고가 직접 넣을 것이 아니라 피고에게 부탁하는 등 조금만 침착하게 행동했더라면 사고나 부상을 막을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비율을 50%로 제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