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내걸고 '서울 일자리 대장정'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첫 일정으로 대형마트를 찾아 청년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숙의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이마트 성수점을 찾아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아르바이트생들과 음료수, 캔맥주, 라면 등을 진열하고 주차장 카트를 수거했다.
1일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한 박 시장이 받는 임금은 시급 5960원.
박 시장은 접수자에게 "잘 부탁한다. 초보알바인데 일 잘못한다고 때리진 않겠죠"라며 농담을 던지며 일을 시작했다.
와이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박 시장은 대형마트 일 중에서 가장 고된 일 중 하나라는 음료수, 주류, 라면 진열팀에 배치됐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최근 정직원으로 전환된 유지영 파트너가 박 시장에게 진열법 등을 꼼꼼하게 알려줬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멋적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8.7kg짜리 맥주박스를 들 때는 힘이 다소 부치는 듯 연신 '영차' 소리를 내며 2시간 여 동안 작업에 몰두했다.
진열을 끝낸 박 시장은 이마트 성수점 김병섭 점장의 안내로 직원휴게소를 찾아 정규직 전환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근로여건 등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정직원이 된지 3개월이 됐다는 정민지 파트너는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직원이 되니까 진열 하나에도 신경을 더 쓰게 된다"며 "무엇보다 월급이 올라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성선규 AM은 "복학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일이 괜찮아 채용공고를 보고 원서를 냈다"며 "현장일을 선호해 본사보다는 지점 근무를 지원했는데 동기들과 대우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점장이 "수당 등을 감안하면 봉급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자 박 시장은 "그런 부분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작업 지시를 한 유지영 파트너가 "일이 끝나고 늦게 집에 가는데 골목이 어두워 좀 무섭다"고 고충을 토로하자 박 시장은 주소를 적어달라고 한 뒤 "젊은 여성이 늦게 귀가해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동네가 돼야 한다"며 범죄예방디자인 적용을 약속하고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소개했다.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 대장정이 출범했지만 시에 재원 등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며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서울시 힘만으로는 안 되니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는 모범적인 사업장이다. 직접 체험하면서 실제 상황을 이해하고 아르바이트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느끼고 청년·대학생들이 기숙하는 주택에서 자면서 같이 고민하면 뭔가 현장에서 정책 결론이 나지 않을 싶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체험에 앞서 박 시장은 오전에는 정부, 기업, 노동계, 금융계, 대학교 등 5개 분야 17개 기관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노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7일부터 31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19일 동안 25개 자치구에 산재한 99개의 일자리 현장을 찾는다. 대학의 기숙사나 창업지원 시설에서 숙박하면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