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박 의혹이 불거진 다음카카오 대주주 김범수 의장에 대한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서 사전 유출 문제를 놓고 김 의원 측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질의서를 사전 유출시킨 게 검찰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 내부 감찰을 비롯해 유출 경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산하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에 대한 질의 내용이 사전에 검찰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김 의원 측은 4일 "(카카오에) 알렸거나 검찰에서 유출된 둘 중 하나인데 (연락해 온 카카오 측 관계자를) 처음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료를 의뢰한 것도 아니고. 저희가 이번에 검찰에 자료 요구한 것도 아니다"며 "우리가 하는 줄 알았으면 (카카오 쪽에서) 미리 왔겠지. 질의서가 넘어간 다음에 연락이 왔다"며 "(카카오 측 관계자가) 직접 질의서를 입수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트(유출 경로)는 검찰 쪽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내부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 검찰에서 흘러나간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던 지난 1일에 내부 확인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대정부 질문을 하는 경우 질의 48시간 전에 정부에 질의 요지서를 제출하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개별 의원실에서는 이를 원용해서 보안이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 국회 상임위나 국정감사 질의서를 피감기관에 사전에 주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질의서도 수사를 촉구하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기업에서 국정감사 전 김 의원에게 질문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미 "지난달 30일 11시 30분에 대검 국회 담당에게 (카카오 관련) 메일을 보냈는데 오늘 9시께 그쪽(카카오) 회사 이사로부터 '그 질문을 안 하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검찰에서 정보가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조사받는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유출 경위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일로 예정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된데다 김 의원이 대검 국감에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 검찰로선 정식으로 감찰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결국 질의서 유출 경로는 김 의원 측 아니면 검찰이란 얘기"라며 "김 의원 입장에선 본인들이 다음카카오 측에 질의서를 유출했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클리어 되지 않고 계속 의혹이 제기되는 게 불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다음카카오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김 의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해외에서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 중이었지만, 여력이 없어 본격적인 수사를 못하고 있었다. 포스코 비리, 자원외교비리, 농협비리, 체육계 비리 등 기존에 해오던 사건을 처리하느라 다음카카오까지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는 다음카카오를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며 "결국 국세청 세무조사가 끝나는대로 사실상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