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8·가명)이의 주소는 날마다 바뀌었다. 성내동과 천호동, 그리고 길동의 모텔이 동현이의 거처였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아버지는 공사판에 나가 하루 일당으로 모텔비를 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어머니는 우울증이 깊어 바깥 출입을 기피했다. 세식구는 자장면이나 분식으로 매 끼니를 때웠다.
동현이는 초등학교 문턱을 아주 잠깐 넘어봤다. 하지만 등교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태어나서 이날 이때까지 동현이는 모텔이 세상의 전부였다. 8년의 세월 중 지하 단칸방에서 보낸 몇달을 제외하고는 모텔과 모텔을 오고갔다. 또래 친구들과의 수다대신 취객과 고성방가와 남녀간의 망칙한 소리가 익숙했다.
매일매일이 위태롭던 동현이의 가정에 한줄기 햇살 같은 도움의 손길이 미쳤다.
강동구는 지난 8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위기아동을 찾아내 지원하기로 하고 모텔 등 관내 임시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집중 실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업소 200여 개소에 직접 전화를 해 탐문조사를 실시했다.
동현이는 현장확인으로 확인된 4가구 7명의 아동 중 하나였다.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강동구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즉각 보증금 1000만원에 월45만원인 3층 빌라에 살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매월 주거급여 22만원을 지원받도록 했다.
치아가 거의 없는 아버지에게는 틀니 치료비용을 지원하고 어머니에게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외톨이로 지내느라 대인기피증 기미가 있던 동현이는 치료를 받고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지원을 받은 후, 내년부터는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강동구는 동현이가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 교육지원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에도 힘쓰기로 했다.
8살 동현이는 민관협력사업의 결실로 비로소 또래 아이들처럼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강동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민간기관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업해 위기가정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