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하다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고 정신질환을 앓았다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박모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며 서울북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판사는 "박씨는 군 입대 전 정신병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성실하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현역병으로 입대했다"며 "박씨에게 정신질환에 관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이어 "박씨가 앓는 정신질환은 군 복무 중 입은 사고 이후에 증상이 나타났다"며 "지뢰 폭발로 인한 사고를 당할 경우 신체적 고통 외에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지뢰폭발 사고는 일반적인 군 복무과정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사건으로 피해자에 대한 상담, 치료 등 적절한 조치가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군 당국은 박씨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 별다른 치료나 조치를 취한 바 없어 박씨의 정신질환을 더욱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이같은 맥락에서 "군 직무수행 중 당한 사고로 인해 입은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으로 박씨가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군 직무수행과 신청 상이인 정신질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1983년 육군에 입대한 박씨는 이듬해 5월 비무장지대에서 보안등 설치작업을 하다 지뢰가 폭발해 엉덩이 등에 부상을 입었다. 박씨는 이후 2013년 11월 지뢰폭발 사고로 인한 외상, 정신질환 등을 신청 상이로 해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지난해 2월 박씨에게 "외상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이로 보인다"면서도 "정신질환은 직무수행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입은 외상만으로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불복한 박씨는 지난해 3월 서울북부보훈지청에 정신질환에 대한 추가 자료를 첨부해 이의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사건 소송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