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을 빚어왔던 경찰의 차벽이 23일 서울 도심에 또다시 등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집회를 마친 후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총파업 집회가 종료된 이날 오후 4시24분께부터 시작됐다. 집회에 참가한 전국 16개 가맹조직 및 16개 지역본부 조합원 1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5500명) 중 5000명(경찰추산) 가량이 행진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날 총파업에 대해 "신고된 장소를 이탈해 도로를 점거한 채 진행한 불법 집회"라고 규정하며 경력 145개 중대 1만1600명과 경찰버스, 차벽 등을 동원해 통제에 나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동사거리에서 세종사거리 방면 양방향 전차로를 점거한 뒤 행진을 시도했으나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설치된 차벽에 차단됐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두 부류로 갈라졌다. 3800명은 흥국생명 빌딩 앞 경찰 차단선 앞에서 세종사거리 방면으로 계속 행진을 시도했고 홈플러스 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중심의 1200명 가량은 흥국생명 빌딩 뒷골목에서 대기하다 정동사거리로 다시 이동했다.
총파업 집회 시작 전부터 민주노총 측과 충돌을 빚은 경찰은 8차 해산명령까지 내렸지만 파업대오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차벽에 막혀 행진 대오는 분산됐다.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광화문 광장에 집결해 행진을 재시도키로 했다.
지침에 따라 조합원들은 지하철과 버스, 골목길 등으로 분산됐지만 경찰의 통제에 맞물려 조합원과 경찰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충돌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와 앞서 진행된 전교조 등의 국회 앞 기습시위 등으로 연행된 조합원은 총 41명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 도심을 오가던 시민들은 또 한번 통행권을 침해당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김모(41·여)씨는 "아이랑 어디에 가야하는데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지도 못해 20분째 걷는 중이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취지에 반은 공감한다. 집회가 열리는 것에는 크게 불만 없는데 아이가 힘들어해 걱정이다"고 강조했다.
데이트 중 이곳을 지나게 됐다는 김모(22)씨는 "집회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근처 카페에서 사람들 모이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나왔는데 길이 막혔다"며 "이렇게 도로를 다 막고 쓰레기도 많고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있던 허모(21·여)씨는 "(경찰이 길을 터주고 나서) 다행히 시위가 끝나고 철수하는 것 같다"면서도 "시내 한복판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