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대형마트 '휴업강제' 공개변론…'골목상권 보호' vs '소비자 선택권 보장'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휴업강제'가 위법한지를 심리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18일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유통업과의 상생 발전'을 주장하는 지자체와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주장하는 대형마트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날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실시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지자체 측 소송대리인인 이림 변호사는 "원심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나 근로자 건강권 보호,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로 인한 불이익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획일적인 시행 범위를 결정해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판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생계가 문제가 될 정도로 매출과 소득이 줄어들어 이 사건 영업제한 규정이 제정된 것"이라며 "제정 과정에서 유통업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수년간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지자체들이 필요한 절차를 통해 처분을 내린 것으로 충분한 검토나 이익형량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재량권 일탈 남용 이론은 (행정청의) 재량 행위는 그 선택과 결정을 행정청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긴다는 전제에서 법이 허용한 외적 평등과 내적 한계가 있다는 것일 뿐 법원이 행정청의 선택과 판단에 잘잘못 가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감독 역할을 한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김종필 변호사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공익목적을 위한 것이지만, 많은 이해관계인의 법익이 침해되고 그 영향은 국가와 국민생활 전반에 미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법익 침해가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는지, 얻고자 하는 공익 사이에 반드시 이익형량을 해야 함에도 해당 지자체들은 이익형량 자체를 안 했고 침해되는 법익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해당 지자체의 처분은 이익형량이 없고 비례원칙에 위반됐다는 점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의무휴업할 경우 30% 정도는 아예 쇼핑을 취소하고 70% 정도만 백화점이나 편의점, 온라인 쇼핑 등으로 전환한 반면 20% 정도만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한다"며 "영업제한 하더라도 정작 그 효과는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전통시장 얻는 효과 는 미미해 실효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측의 참고인으로 참여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선임연구위원인 노화봉 조사연구실장과 대형마트 측의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숭실대 안승호 경영대학원장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들은 특히 대형마트의 휴업강제로 얻는 이익이나 실효성에 대해 입장 차이를 보였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대형마트 규제 효과는 2014년 2월 소상공인 사업체 55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의 12.9%가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는 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휴업강제로 얻는 이익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시장이나 편의점 등으로 전환된다는 대형마트 측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이익 또한 대형마트 측의 매출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 시장 등 신규채널로 구매전환이 이뤄지고 점 또한 실질적으로 대형마트의 매출액 포함돼야 한다"며 "(휴업강제로) 대형마트가 80%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실제보다 부풀려 계산된 것으로 손실액 크기가 훨씬 작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안 원장은 "(휴업강제로 대형마트 외에서) 물건 구매하기로 결심한 소비자 모두가 전통시장을 간다고 한들 취급 품목 등이 비교 대상이 안 된다"며 "극히 일부 품목만 구매하고 있어 실제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와 대체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규제를 통한 혜택의 대부분은 온라인 시장이나 홈쇼핑, 편의점이 보고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결국 소비자의 대형마트 방문을 줄이는 의무휴업은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메르스와 같은 작은 메르스 효과를 연속적으로 창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민 임윤선 변호사는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1, 2심 과정에서 한 번도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영업규제 당시 (손실)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총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말을 안 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골목상권 논란'이 일던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신설됐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해당 법률 조항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이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을 제한하고 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은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영업규제가 정당하다고 봤지만, 항소심이 이를 뒤집고 규제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논란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모두 마치고 "이번 사건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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