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혼 파탄주의 시기상조' 7대6 의견대립 '팽팽'…'달라진 시대상' 반영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5일 이혼 소송에서 50년 동안 이어져 온 유책주의 판례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중 찬성과 반대가 각각 7대 6으로 나올 만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간통죄 폐지 등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유책주의 판례 유지…7대 6 '팽팽'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미성년 혼외자를 둔 남편 A씨가 15년째 별거 중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종래의 판례를 재확인하는 판단을 내렸지만,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6명이 반대의견을 내는 등 파탄주의를 도입하자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 등 6명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 공동 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다"며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혼인을 토대로 형성된 과정이 그 구성원인 부부와 자녀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했다면 (파탄의 책임을 따지는) 귀책사유는 이혼을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취지다.

◇간통죄 폐지에 혼인 '파탄주의' 논의…'달라진 시대상'

그동안 법원은 가부장적 남편이 일방적으로 부인을 내쫓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유책주의를 택했다. 혼인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남여 평등 의식이 높아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과거 전통적 가치관에 입각한 결혼관도 바뀌어 갔다. 

더욱이 지난 2월 헌법재판소도 일부일처제와 부부간 정조의무의 상징적 보루로 여겨졌던 간통죄를 62년 만에 폐지 결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965년부터 이어져 온 이혼 소송 원칙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일본 등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파탄주의 없이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도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또 법조계 안팎에서도 서류상으로만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어느 한 사람의 책임보다는 혼인이 깨진 상태를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A씨를 대리한 김수진(48·여·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2년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국민의 55.4%, 전문가의 78.7%가 배우자 보호조건 아래 파탄주의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데 찬성했다"며 "세계 각국의 이혼법도 파탄주의로 변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 '파탄주의' 시기상조 판단…뒤집힐 가능성 있어

그럼에도 대법원이 이날 유책주의 판례를 유지한 것은 우리사회가 현 단계로서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간통죄 폐지 등으로 인해 두 개의 혼인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이른바 '중혼'이나 '축출이혼' 등에 대한 보완장치 및 대책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봤다. 

또 우리사회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고 여성의 사회진출 또한 증가했지만 취업·양육·임금 등에 있어 양성평등이 만족할 만큼 이뤄졌다고 보기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러한 보완장치 및 대책이 마련될 시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도입될 여지는 남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등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의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를 확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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