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돌아오려다 체포돼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고 한만택(당시 72세)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대경)는 한씨의 여동생 등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의 재송환에는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족들이 한씨의 사망을 확인한 2012년 가을까지는 객관적으로 손해배상 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족 측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이후 장애가 해소된 때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만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막을 수 있다"며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단기간(6개월)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들이 한씨의 사망을 확인한 2012년 가을 무렵에 장애사유가 해소됐지만,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6개월 지난 이듬해 6월에서야 소송을 냈다"며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 한씨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2004년 12월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로 북송된 뒤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09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씨 유족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로 한씨가 강제 북송돼 사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한씨가 강제북송돼 사망했다고 보고 3명의 유족에게 총 1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