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미제사건 273건…"끝까지 추적한다"

사건 발생 이후 3단계 수사 지침 마련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이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찰청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따라 2000년 8월 이후 해결되지 않은 273건의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수사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집중 수사체제로 조기 검거→관할서 전담반 수사→지방청 미제전담 수사팀

경찰은 ▲타살의심 중요 변사사건에 대한 집중 수사체제 운영(발생∼1년) ▲ 관할서 전담반 체제 운영(1∼5년) ▲지방청 미제전담팀 수사·관리(5년 초과) 등 세 단계로 수사지침을 마련했다.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수사본부를 편성, 광역수사대와 과학수사팀 등 분야별 전문수사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조기 해결에 나선다.

1년이 지나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 전담반이 수사를 맡는다. 전담반에는 4명 이상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원칙이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수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 조정도 이뤄진다.

5년이 지나면 지방청 전담수사팀이 나선다. 전담수사팀은 관할 경찰서의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넘겨받아 기존의 수사 내용을 분석하고 추가 수사에 들어간다. 단, 용의자가 특정된 경우라면 관할 경찰서 전담반이 수사를 이어간다.

10년 이상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추가 수사 여부를 심의한다. 지방청별 '장기미제 살인사건 지정 심사위원회'에서 더 이상 수사의 진전이 없고 유력한 단서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면 해당 지방청장의 승인을 거쳐 '장기미제 살인사건'으로 지정된다.

경찰은 현재 17개팀, 55명으로 구성된 전국 지방청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인력을 오는 11월까지 7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각 지방청별로 전담수사팀 선발위원회를 구성, 강력 사건 수사 경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장기간 근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팀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각 지방청 형사과 강력계 소속으로 정식 배치된다.

경찰은 또 분기별로 전담수사팀과 수사 전문가, 프로파일러, 교수 등이 모인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연석회의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제 살인사건 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7일에는 전국 지방청의 전담수사팀 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경찰의 최우선 임무"라며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계기로 미해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점검, 살인범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검거함으로써 살인사건 해결율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등 미제사건 273건

한편 경찰에 따르면 2000년 8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전국에서 총 771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7439건에 대해서는 범인을 검거, 96.5%의 검거율을 보였다.

2010년 기준으로 125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1228건의 범인을 검거, 98.2%의 검거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75.9%), 일본(96.4%), 영국(81%), 독일(95.4%), 러시아(87.9%)에 비해 한국의 검거율이 더 높았다고 경찰청은 전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살인사건은 총 273건이다. 이는 전체 살인사건의 3.5%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는 2000년 8월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서 일어난 A(당시 7세)양 살인사건, 2001년 7월 울산 중구 옥교동의 한 단란주점에서 업주와 여종업원 등이 살해된 '옥교동 단란주점 살인사건', 2001년 12월 대구 남구 봉덕동 '총포사 강도살인 사건', 2001년 12월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 2002년 9월 '전북 전주 금암파출소 경찰관 살인사건' 등이 있다.

2004년 2월8일에는 경기 포천 소흘읍의 한 식당 입구 배수로에서 엄모(당시 14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어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이외에도 2003년 1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 포천 여중생 엄모(당시 14세)양 살인사건, 2004년 9월 대구 요구르트 독극물 사망 사건, 2004년 10월 경기 화성 여대생 노모(당시 21세)씨 실종 사건, 2008년 5월 대구 초등학생 허모(당시 11세)양 납치·살인사건, 2009년 2월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 살인 사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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