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건을 일으킨 이모(15)군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수법을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인터넷상에서는 무기 제조법을 비롯해 '도전'을 빙자해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거나 엽기적인 실험을 하는 영상이 '유머'로 소비되고 있다.
◇폭발물 제조법 영상 보던 이군, 폭발 영상 제공자로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건의 용의자 이모(15)군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 유튜브 동영상 등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방법을 취득했다고 진술했다.
아무 제약없이 볼 수 있는 인터넷상의 폭발물 제조법 동영상을 비롯해 지난 2007년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범 조승희 관련 동영상도 이군의 참고 대상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부탄가스 폭발'을 검색하면 '부탄가스로 로켓 만들기'라는 동영상을 곧장 시청할 수 있다. 해당 동영상은 나무장작에 불을 붙인 후 부탄가스를 올려 폭발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이군의 범행과 방식이 동일하다.
이외에도 폭발 및 방화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폭죽이나 라이터 등을 이용한 폭발물 제조 방법 등을 동영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해당 영상에는 "학교에서 하면 대박이겠다" "해볼까?"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군은 이런 동영상으로 범행을 사전 학습했으며, 지난 6월에도 자신이 전학간 서초구 소재 중학교에서 방화를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군은 범행 전후 직접 동영상을 찍었고 이 동영상 역시 아무런 제약 없이 인터넷에 업로드됐다.
해당 동영상은 이군이 폭발 관련 영상을 접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제약 없이 네티즌에 노출됐다. 일부 네티즌은 이군의 동영상 2편을 1편으로 요약 편집해 다시 올리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폭력성 동영상 콘텐츠를 접했던 이군은 그렇게 콘텐츠 제공자가 됐다. 이군은 자신의 동영상 댓글 일부에 답글을 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모두에게 (범행을)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도전', '실험' 빙자한 위험 동영상 '유머 동영상'으로 인기
불법 무기를 제조하는 영상 이외에도 '도전'이나 '실험'을 빙자해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는 영상이 1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십만건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폭죽과 스케이트 보드로 로켓 만들기', '신발에 폭죽 달아서 날아보기', '드릴로 아이스크림 먹기', '화염방사기로 껌 굽기' 등의 영상을 업로드 했다.
공원 등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지나가던 아이들이 호기심에 다가와 함께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폭죽을 발에 달고 촬영한 영상에서는 폭죽이 하늘 방향이 아닌 땅과 수평 방향으로 발사되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재미'로 소비됐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특별한 소재들로 채널을 운영하는건 좋지만 위험한 것 같다. 재미있게 잘 보고있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애들 앞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나. 애들이 따라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가학적인 소재의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다른 인기 유튜브 채널의 '뜨거운 어묵 먹기' 영상은 펄펄 끓는 어묵 국물을 머리에 붓고 이후 병원 치료를 받는 모습까지 담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들을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미성년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청소년들은 충격적인 사건이나 폭력적인 영상을 봐도 현실적인 판단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동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실제 똑같은 것을 봤을 때 성인과 청소년들의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런 가학적인 영상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면 '다른 사람도 했는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유혹이 생기고 또 현실에 불만이 있는 아이들은 이것을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에 옮기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영상들은 미성년자들이 볼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아동청소년상담센터 황영희 센터장도 "아이들이 어떤 분노와 화를 가지고 있어도 그걸 정당히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이 영상들을 통해 자극을 받게 될 수 있다"며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대리 만족으로 즐기게 되는 아이들은 한수준 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건전한 네티즌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좀더 구체적인 제재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곽 교수는 "이런 영상의 경우 일일이 내용을 다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경찰이나 감시단이 전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전한 네티즌이나 시민단체, 학부모들이 위험한 영상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신고를 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범행에 악용될 수 있는 수준의 영상들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인 제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