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중 부동자금, 美中악재·北포격에 900조 육박…6개월 새 100조↑

방황하는 시중 자금이 900조원에 육박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발 리스크로 악재가 겹친데다 북한의 포격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겁먹은 돈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6월말 기준 약 893조원에 달한다. 올해 초 활황을 이뤘던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빠져나온 투자자금과 초저금리 기조 속 장기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은행 대기자금이 증가하면서 전체 부동자금은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을 포괄하는 M1(협의통화·원계열 말잔) 648조원, 머니마켓펀드(MMF) 75조원, 단기 정기예금(6개월 이내) 72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9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27조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22조원 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795조원과 비교하면 6개월 새 100조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우리경제연구원 황나영 연구원은 단기 부동자금 증가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장간기 금리차 축소에 따라 장기 금융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주식에서의 기대 수익률 하락으로 투자 대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금리·저성장으로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부동자금의 방향은 일단 주식시장에 진입해 투자할 때를 기다리거나, 안정적으로 은행 계좌에 돈을 맡겨두는 쪽으로 주로 흐르게 된다. 금융시장에서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은 부동산 시장 등 아예 다른 시장으로 빠져나간다.

최근 부동자금의 특징은 단기 금융상품 중에서도 손실 위험이 다소 있지만 그나마 은행의 예·적금 보다는 수익이 높은 MMF나 CMA 등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MMF와 CMA에는 일단 은행이나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인 돈을 비교적 안정적인 곳에 넣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MMF 순자산 총액은 122조 3294억원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올 들어서만 84조4000억원에서 38조원 가량 증가했다. CMA 잔고도 20일 기준 50조9911억원으로 약 한 달 전인 7월 말에 비해 2조7000억원 늘었다.

황 연구원은 "저금리 속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상승하면서 MMF 등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상품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도가 다시 증가하겠지만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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