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어렵게 성사된 남북의 고위급 접촉이 약 10시간 만에 정회돼 23일 오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경기도 연천군 주민들은 허탈해했다.
북한군이 '대북방송 중단 안하면 군사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하며 최후통첩을 했던 전날 오후 대피소로 몸을 피했던 연천 주민들은 남북 회담 소식에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오늘 새벽 5시쯤 회담이 정회되고, 오후에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 상당수는 회담이 시작된 전날 오후 5시부터 대피소 TV를 통해 남북 고위급 접촉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민들은 그래도 오늘 재개되는 남북의 접촉 결과에 “대치국면이 평화롭게 풀리기를 기대한다”는 마음을 나타냈다.
중면 사무소대피소의 한 주민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스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롭게 이번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북의 잇단 도발이 재발되지 않도록 확고한 원칙이 바로서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횡산리 은금홍 이장은 “긴장국면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있어 오늘 재개되는 회담에서는 원만하게 해결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더 이상은 끌려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발방지 등 원칙을 바로세우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추가 도발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 전날 경기도 연천·파주·김포, 인천시 강화군 일부 지역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은 민통선과 인접한 연천군 중면 2개 리 218명, 장남면 4개 리 687명, 백학면 13개 리 2861명 등 총 3766명이다. 파주시도 대성동 마을과 해마루촌, 통일촌 등 800여명의 주민들에게, 김포시는 월곶면 용강·조강·보구곶리 주민 119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