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대강 입찰담합' 대형 건설사들 항소심서도 벌금형

3조8000억원 상당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서 입찰담합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사들에게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1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업체 11곳과 전·현직 임원 22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은 벌금 7500만원, 포스코건설과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은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법정최고형에 해당하는 액수다.

또 설모 전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등 나머지 건설업체 임원들에게도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2년에 집행유예 1~3년, 벌금형 3000~5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입찰담합 협의체인 컨소시엄 운영위원장을 맡은 손모 전 현대건설 전무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담합에 소극적이었던 포스코건설 임원 등 4명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벌금 500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4대강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 방대한 사업이며 환경파괴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은 점 등을 볼 때 시기별로 공구를 나눠 발주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정부는 단기적이고 과시적인 성과에 몰두해 15개 전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는 등 무리한 공사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토개발과 환경보호의 가치가 상충되고 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절차적인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공구를 1~2개씩 골고루 낙찰하기 위해 설계도면을 수정 제출하거나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했다"며 "국가는 건설사가 담합을 할 수 있는 빌미와 환경을 제공했고 위법 행위를 묵인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건설사들이 이로 인해 행정제재 등 여러 불이익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경제적 이익을 회사가 얻었다는 점에서 담합에 관여한 임원 등 개인에게 위법 행위를 전가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 11곳과 전·현직 임직원 22명은 2009년 1~9월 낙동강과 한강 등 15개 보(洑) 공사에서 입찰가 담합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서로 입찰 들러리를 서주거나 중견 건설사를 들러리로 내세운 뒤 미리 정해놓은 입찰가격과 대상에 따라 공사를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들러리로 나선 건설사들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방식 입찰에서 고의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계도를 제출하거나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입찰가를 제시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건설사들은 1~2개씩 공구를 나눠 낙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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