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빗속 몸싸움'…김무성 대표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현장

30여명 학생들 김무성 대표 저지…"대한민국의 수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 수여는 학교의 수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동국대학교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20일 오후 2시 동국대 학생 30여명은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김 대표에 대한 학위 수여를 강하게 반대했다.

학생들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수여는 동국대의 수치다!', '공안정치, 경제파탄 책임지고 민생정치 회복이 우선이다', '역사인식 이상한 김무성에게 명예 박사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빗속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으며 정의와 민주주의 실현에 공헌한 바도 없다"며 "정권 핵심 인사에게 학위를 헌정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드레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학위 남발로 학문을 더럽히는 학교 측의 태도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동국대 모든 동문들에게 오늘은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만해 한용운의 대학에서 친일 후손에 대한 학위 수여가 웬말이냐"며 "동국대 학생들은 어떤 이유로도 김 대표에 대한 학위 수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문과 재학생 김용현씨도 "여당 대표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동국대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밤새도록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은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던 오후 2시32분께 본관 건물에 도착했다.

김 대표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학생들과 취재진 등이 김 대표에게 한꺼번에 몰리면서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들은 "부끄럽지도 않느냐", "김무성 물러가라", "정치발전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김 대표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를 말리려는 학교 관계자들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학생들은 김 대표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학교 관계자와 수행원 등에게 욕설을 하며 "동국대 창피한 줄 알아라"라고 소리쳤다. 일부 학생들은 건물 밖으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대강당으로 입장하지 못하고 쫓기듯 본관 4층 총장실로 올라간 뒤 20여분이 지난 뒤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학사복을 입고 학사모를 쓴 채 굳은 표정으로 학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입장했다.

동국대는 이날 김 대표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김 대표와 함께 찰스 랭글 미국 하원의원에게도 같은 학위가 수여됐다.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김 대표에게 학위를 수여하면서 "보수혁신을 통한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면서 공천권을 당원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정당 민주주의의 고도화와 정치 선진화를 주도하며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밝혔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에 대해서는 "2013년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 결의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으며 최근에는 '한국전쟁 종전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통한 세계 평화와 안녕에 공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김 대표는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고 5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의회 민주주의 확립에 헌신한 정치 지도자"라며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사태 종결과 공무원 노조와의 대타협을 성사시킨 공무원 연금개혁 등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답사에서 "오늘 받은 박사 학위는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을 온몸을 던져 구하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전쟁 영웅이자 미국 하원의 살아있는 전설인 찰스 랭글 하원의원과 함께 학위를 받게 된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은 "대한민국을 위해 작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명예로운 박사 학위까지 수여 받아 기쁘고 감사하다. 김 대표와 함께 학위를 받은 것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 김씨는 매우 많지만 김 대표는 '빅 킴'(Big Kim)"이라고 화답했다.

정 의장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원장 지원 스님, 최창식 중구청장 등 150여명의 내빈들이 수여식을 지켜봤다. 

새누리당 권성동·김영우·김장실·김정록·김종훈·김학용·나경원·박창식·손인춘·신의진·이군현·이노근·이한성·홍문표 의원, 정옥임 전 의원 등 30여명의 정치권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대표는 학위수여식이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항상 그러한 반대세력이 있을 수 있지만 욕을 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그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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