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도중 분신한 최현열(80)씨는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8장 분량의 문서에 이렇게 적었다.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준비모임)'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가 온몸을 던져서까지라도 말하고자 했던 것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판단을 갖게 됐다"며 최씨의 가방에서 발견된 자필 문서를 공개했다.
최씨는 "나는 애국자는 못됐어도 선친께서 항일운동을 하셨기에 평상 시에도 항일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가 지금은 광주 전남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광복 70년이란 세월이 흘렀기에 이제는 모두 잊고 싶은데 일제시대에 피흘리고 살아온 과거사의 끈은 왜그리 길고 슬픈지 부끄럽게 다가서는 날이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불타는 정열을 잠재울 수가 없고 보고만 있으려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바른 역사 찾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적었다.
또 "왜놈들은 아직도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있으니 더는 참을 수가 없다"며 "광복이 돼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과 일제에 동조했던 부유층 그리고 친미 친소주의자들은 각 분야에서 실권을 쥐고 나라를 다스리면서 떵떵거리고, 지금도 홀로서지 못하고 남의 도움이나 받고사는 원통한 민족이 되고 말았다"고 썼다.
최씨는 "1억명 서명 운동을 힘있게 전개하고 외교력을 총 동원해서 전세계 여성단체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회부시켜 전 세계인 앞에서 국제망신을 시켜야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께서 후에 한일문제나 여성단체를 위해 해놓은 것이 무엇이 있나"라고도 했다.
최씨는 최근 논란이 됐던 박근령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씨는 "작년 10월부터 여러차례 일본 대사관 앞 수요행사에 참가했지만 정부의 반응이 조금도 없는 것을 보고 너무도 안타까웠다"며 "박근령 여사의 발표문을 접하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일본 정부에 혈서까지 쓴 전 박정희 대통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딸이라지만 어버지 얼굴에 피칠을 하고 국모인 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전 국민이 분노를 터뜨릴 그런 막말을 하는가"라고 썼다.
이어 "나는 위안부 정신대와 애국자를 대신해서 뛰어들테니 박근령 여사는 온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목을 매도, 국민의 분노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다섯장에 걸친 글 뒤에 '나라 사랑'이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덧붙였다.
준비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현열 선생은 일제의 폭압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은 분이다. 특히 부친은 1932년 6월, 조선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한 전남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 형량까지 선고받아 고초까지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선생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 사회에 호소했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한편 반역의 역사가 더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역사청산 과제에 책임있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씨의 뜻을 널리 알리는 노력과 함께 최씨의 쾌유 기원 및 치료비 모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전신 56%에 화상을 입은 최씨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이날 오후 예정대로 수술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