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법상 근로자의 퇴직금을 압류할 수 없으나 회사 임원의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대경)는 A주식회사 전 대표 오모씨가 한국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퇴직연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오씨는 회사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급여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오씨의 퇴직급여채권이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민사집행법 규정을 적용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민사집행법상 급료채권의 절반에 대해 압류를 금지한 것은 근로자나 급여생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며 "근로자의 근로에 대한 보수를 전제로 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02년 A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씨는 2013년 퇴직하면서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6억5000여만원의 퇴직금 채권을 받게 됐다. A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의 퇴직금은 한국외환은행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씨는 지난 2008년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빌렸다가 원리금 지급을 연체했다. 오씨는 소송전 끝에 한국외환은행에게 5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한국외환은행은 지난해 오씨에게 5억2000여만원의 채권과 6억5000여만원의 퇴직금 채권을 상계한다고 통지했다. 상계란 채무자와 채권자가 같은 종류의 채무와 채권을 가지는 경우 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불복한 오씨는 "퇴직금 채권은 압류가 금지됐기에 상계될 수 없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오씨는 회사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로서 퇴직급여법이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민사집행법은 적용대상을 근로자로만 한정하지 않아 퇴직금 채권의 절반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상계가 허용된다"며 오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