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연내 금리인상 방침에 한은의 선택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를 내리자니 하반기에 단행될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경 쓰이고, 그냥 두자니 부진한 국내 경기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 연방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연내 금리 인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운신 폭은 좁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금리를 동결하기에는 아직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금리를 추가로 내리자니 9월로 점쳐지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에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이 양적 완화를 계속하고 있고, 중국도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상황에서 주변 상황을 두루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 한은이 반대로 금리를 낮출 경우 양국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해외 자금 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을 곧장 뒤따라가지는 않더라도 상황을 봐가며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리스크도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579조1000억원으로 한 달보다 8조5000억원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인하 카드를 마냥 내려놓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수가 다소 개선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약한데다, 수출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는 점도 금리인하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면 5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면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8로 전년 동월대비 0.4%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한 이래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0%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월 기준 2.5%로 집계돼 지난 3월부터 석 달째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압박도 무시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6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등의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한-우즈벡 비즈니스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참고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DI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낮추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5월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가격변수 움직임이나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중론을 내세웠다. 

이 총재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 입수되는 지표들이 성장 전망에 어느정도 부합되는지를 평가하고 그 것들이 성장이나 물가, 가계부채 리스크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게 금통위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5월 경기지표도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이 총재는 6월이나 7월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거센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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