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다! 가스가 터졌다!"
서울 경복궁역을 출발해 독립문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객실에서 한 남성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같은 객실에 있던 한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이어 객실 내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우리 열차 진행방향 다섯 번째 차량에 유독가스가 살포됐습니다. 후속 열차가 뒤따라오고 있으니 옷이나 손수건으로 코나 잎을 막고 맨 앞쪽 운전실 비상구로 이동해주십시오."
17일 오전 3시30분께 국민안전처와 서울메트로가 실시한 지하철 유독가스 사고 대피 훈련 시행 현장이다.
이날 훈련은 약 1시간에 걸쳐 터널 내 승객대피, 열차 내 유독가스 제독, 부상자 후송 등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 시행됐다.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전파체계 및 초등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관제소의 열차운행 통제, 출동지시 및 관계기관 협조체계를 점검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 신속한 승객대피 유도, 사상자 구급·제독 등 초동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훈련 목적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 안에서 신원미상 승객이 유독가스로 추정되는 물질을 살포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하차할 공간이 없어 양쪽 출입문으로 내릴 수 없고, 후속 열차가 뒤따라오는 최악의 상황이다.
훈련 30분 전인 오전 3시께부터 경복궁역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국민안전처(200명) 등 7개 기관(국민안전처·서울메트로·서대문소방서·서대문구청·서대문경찰서·56사단·서대문보건소) 직원 411명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 본인이 맡은 역할을 점검했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역할을 소화했다.
상황 발생 후 10여 분 뒤인 이날 오전 3시41분께 승객들이 독립문역 200m 전방에서 하차하자 서대문·종로소방서, 특수구조단, 용산 구조구급대, 56사단 화생방지원대 등이 어두운 터널 내 길을 안내하며 역사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사고 발생 후 역사 밖으로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이다.
역사 밖에서는 경찰이 승객들을 상대로 범인 목격 여부 등을 물었다. 승객들은 군인 등의 통제를 따라 어느새 마련된 제독 부스를 지나 응급의료소, 대피소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오전 3시58분께 범인이 검거됐고, 훈련은 10여 분 뒤인 오전 4시8분께 "승객 대부분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내용을 담은 브리핑을 끝으로 종료됐다.
훈련 과정을 함께한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일사불란하게 전개된 훈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장관은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격리된 공간이라는 특성상 대피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혼란이 순식간에 가중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훈련하면서 도출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대응 메뉴얼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