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성공단기업 40%, 北 압박에 굴복 3월임금 지급

정부지침 어겨…제재 가해질 듯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40%가 북한당국의 북한노동자 임금 인상 압박에 굴복, '임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 123곳 중 49곳이 북측에 3월분 임금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당시 18곳에서 31곳 늘어난 것이다.

북측이 입주기업들에게 2중장부 작성을 요구하는 것을 비롯해 연체료 부과, 잔업거부, 태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위협했고 입주기업들이 이에 굴복해 임금을 지급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북측에 임금을 지급한 기업들이 49곳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일부와 우리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123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지만 불이익을 우려한 기업들이 지급 사실을 솔직히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40%에 달하는 입주기업이 3월분 임금을 지급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지침을 어기게 됐다. 앞서 정부는 "남북당국간 합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입주기업들에게 남북당국간 합의 도출 때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지급 경위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의도적으로 정부지침을 위배했을 경우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입주기업들의 지침 위배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그간 정부는 임금 문제를 개성공단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대처해왔다"며 "정부가 북측의 일방적 임금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이를 방임할 경우 북측이 자의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기업이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다가오는 4월분 임금 지급일과 관련해선 "정부는 3월분 임금 납부 사례를 참고해 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북한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당국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남북당국간 합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자고 북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당국간 2차례 협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28일 이후 양측간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편법을 부추기면서 연장근무 거부, 태업 위협 등으로 입주기업을 압박하는 부당한 행태를 중단하고 진지한 태도로 남북간 협의에 나와야한다"고 북측에 요구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북측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남측과 공식적으로 협의해 최저임금을 정하면 남한기업들도 떳떳하게 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불할 수 있고 남북한 간에 갈등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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