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로야구]'승률 0.125' kt, 돌파구가 안보인다

kt 위즈 조범현(55) 감독의 표정이 어둡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조 감독은 "kt만 만나면 상대팀들이 상승세를 탄다. 두산도 kt와 붙고 상승세를 탔고 요즘 부진한 NC도 주말 kt를 만나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kt는 결국 이날도 경기에 졌고 두산에 1위를 안겨줬다. 21패째(3승)를 당하며 승률은 0.125가 됐다.

조 감독은 농담삼아 "KBO 차원에서 손을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구체적인 구상이 있었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조 감독은 "특별지명처럼 타 구단에서 선수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가 한 명 더 갖는다고 해서 갑자기 순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명을 보유한다고 해도 한 번에 다 나가는 것도 아니고 타자만 한명 느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를 한 명 더한다고 kt가 달라질 확률은 크지 않다. 문제는 구단의 투자의지다.

kt는 올해 외국인 선수 4명에게 총액 192만 달러를 지불한다. '저비용 고효율'을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랐다.

앤디 마르테(60만 달러)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지만 2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껴 1군에서 말소됐다. 필 어윈(45만 달러)과 앤디 시스코(32만 달러)는 단 한 차례밖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기대대로 활약하는 선수는 크리스 옥스프링(20만 달러)뿐이다. 

타구단 외국인선수들의 연봉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3명씩을 보유한 9개 구단에서도 kt보다 투자비용이 적은 구단은 KIA(180만달러)와 한화(177만5000달러), 넥센(130만달러) 밖에 없다.

다른 전력 보강 방안인 트레이드에서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kt는 20일 유망주 투수 이준형을 내주고 LG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포수 윤요섭과 내야수 박용근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이적하자마자 주전자리를 꿰찼지만 뚜렷한 활약은 아직 없다. 미래 투수 자원을 주고 즉시 전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투자라고 보기도 힘들다.

결국 조 감독이 찾을 수 있는 돌파구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뿐이다. 이날도 조 감독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오전 2군 선수단을 방문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아 2군에서 선수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조 감독은 "2군에서 경기를 하며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1군 벤치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kt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41승37패였다. 그러나 전력이 대거 1군으로 빠져나간 현재 성적은 5승13패로 전체 최하위다.

유일한 희망은 특출난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kt 투수진의 구세주로 등장한 장시환이 대표적이다. 

조 감독은 "장시환은 '중간선발'이다. 이기고 있으면 4회부터라도 나간다. 60개를 던져도 끄떡없다"고 말했다. 

장시환은 22일 SK 와이번스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4회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5⅓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으며 팀에 귀중한 세번째 승리를 안겼다.

승리를 위해 아껴둔 장시환은 이날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런 변칙 기용도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

조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선수단의 사기다. 26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20패째를 당한 kt 선수들의 훈련 모습은 어두웠다. 저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라운드에는 타격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조 감독의 말투에 선수들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났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안쓰럽다. 성적이 안좋아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뜸 "우리 선수들은 다리가 전부 모델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마침 지나가던 김민혁을 잡고 체중이 불었는지 물었다. 조 감독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잘 먹어야 한다"고 나직이 당부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