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동석 "실내악, 어렵지 않다"…'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10년 성과

실내악은 2~10명의 연주자가 대등하게 연주하는 '소규모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에 가려 주목도가 떨어진다.

최근엔 '디토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등 클래식계 아이돌의 등장으로 점차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들에 앞서 10년 전부터 실내악의 매력을 알린 이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61·연세대 음대 교수)이다. 올해 10년을 맞이한 '2015 제1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예술감독을 줄곧 맡고 있다.

1일 오전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예술감독은 "그동안 대중들이 실내악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실내악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자주 와서 들어보면,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특별하다는 걸 느끼신다.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걸 알기 때문에 처음 들어도 받아들일만한 곡을 한다. 10년 동안 그렇게 페스티벌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이 성과다. 설문조사도 해봤는데 (실내악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왔다가 다시 찾아온 분들도 많더라. 그래서 긍정적으로 본다. 연주 수준도 고르게 됐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2006년 출발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활약하던 강동석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실내악을 소개한 건 2002년 '강동석의 골든 앙상블'부터다. 그가 강조하는 실내악의 장점은 음악을 '골고루' 맛 볼 수 있다는 점. "청중들이 한 사람(스타 연주자)을 보고 음악회에 가는 것도 좋지만 실내악처럼 아티스트들이 함께 연주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다. 매번 편성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음악회에 직접 와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D로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실감을 해야 한다. 운동시합 역시 TV를 통해 보는 것과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하며 보는 것은 다르지 않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음악회는 직접 요리해서 먹는 거고, CD 감상은 깡통 안에 담긴 음식을 먹는 거라고(웃음)."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제는 '10 텐(Ten)'이다. 지난 10년간의 음악 여정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 보고자 정했다. 지금까지 열린 공연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들과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는 '텐 인 원(Ten in One)'으로 구성한다.

강 예술감독은 "시작한 게 어제 같은데,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면서 "올해는 진짜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번을 계기로 지속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 지속되는 축제가 없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대중적인 페스티벌도 아닌데 10년을 같이 해온 음악가들에게 감사하다."

2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오프닝 콘서트에 출연하는 홍혜경, 조영창, 오귀스탱 뒤메이, 피어스 레인, 피터 브룬스, 김영호, 김상진, 권혁주, 송영훈을 비롯해 제레미 메뉴힌, 권혁주, 김영호, 최은식, 피어스 레인, 조진주, 이경선, 최희연, 신수정, 유시연, 조영창, 피어스 레인, 찰스 나이딕 등이 무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초연곡을 비롯해 550곡을 들려줬다. "좋은 곡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를 연주한 것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이다. '베토벤 7중주'는 유명한 곡이지만 잘 연주하지는 않는다. 그런 곡들을 연주했다."

제일 아쉬운 점은 재정적인 한계라고 했다. "음악적인 부분은 연주자들이 다들 잘해줘서 힘든 게 별로 없다. 그런데 재정적인 뒷받침이 안 되니 홍보가 안 되고 일반 대중이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 등 스폰서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앞으로 숙제다."

그렇다고 해외 유명 몇몇 클래식 페스티벌처럼 며칠 사이에 수백번 연주하는 대형 축제로 기획하기는 싫다고 했다.

 "아이디어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을 지 모르지만 수백명의 오케스트라가 한꺼번에 연주하다 보면 수준이 높을 수가 없다. 실내악 페스티벌의 재미 중 하나가 음악가의 교류인데 규모가 커지면, 그런 부분도 힘들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깨지는 거지. 프로그램도 가능하면 대중이 알고 있는 것을 하려고 하지만 진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 것들 희생하고 대중적인 것만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한다."

아직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통해 들려줄 곡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웃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한 곡을 들으려고 오신다. 명곡들은 그 가치가 있으니 연주를 해야지. 더 중요한 것은 같은 곡이라도 편성이 다르게 들려줄 수 있다는 거다. 새로운 곡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야 하고."

오프닝 콘서트의 주제가 제1회 SSF가 열렸던 해인 '2006'에서 보듯 대다수의 공연을 특정 연도에 연 축제에서 들려줬던 곡들 중심으로 꾸린다. 마지막 날인 5월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공연의 주제는 '2008년'이다. 5월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패밀리 콘서트 : 텐 인 원', 5월5일 윤보선 고택에서 마련되는 살롱콘서트 등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총 13차례 열린다.

27일~5월2일 세종체임버홀, 5월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월 4·6일과 8~9일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본 행사에 앞서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사무국·영앤잎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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