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큰 힘을 보탠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34)이 힘든 4강 플레이오프였다면서 플레이오프 우승에 대해 "설레발 치지 않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모비스는 2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창원 LG와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78-67로 승리, 3승2패로 LG를 제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모비스는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에 이어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전신인 기아 시절을 포함해 팀 통산 9번째다. 9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것은 모비스가 최초다. 모비스는 전주 KCC(8회·전신 현대 시절 포함)를 제치고 프로농구 역대 통산 최다 챔피언결정전 진출 기록을 다시 썼다.
모비스는 예상외로 힘겨운 싸움을 했다.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고 온 LG는 데이본 제퍼슨이 애국가 도중 스트레칭을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끝에 퇴출돼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모비스는 정신력으로 무장한 LG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펼쳤고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여야했다.
양동근은 "굉장히 힘든 4강이었다. 5차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쓰자고 했다. 그런 부분이 지난 경기와는 달랐다"며 "송창용, 이대성이 (문)태종 형의 힘을 뺀 것이 경기 막판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양동근은 이번 시리즈에서 기복을 보였다. 양동근은 모비스가 승리한 1, 3, 5차전에서 펄펄 날아다녔지만 2, 4차전에서는 다소 주춤했다.
"나는 똑같은 것 같다"고 말한 양동근은 "한 번 이기고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놨는지 2, 4차전에 소극적인 모습이 나왔다"며 "감독님께서 양우섭의 수비를 뿌리치고 나와서 공을 잡으라고 하셨고, 나도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즈 2, 4차전에서 양우섭에 막히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말에 양동근은 "막히기는 했을 테지만 득점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양)우섭이가 수비를 잘한 것은 우리가 하고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라며 "내가 묶여도 이기는 날이 많다. 분위기 싸움에서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모비스의 유재학(51) 감독은 양동근이 4차전에서 주춤한 것에 대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양동근은 의연한 모습이었다.
양동근은 "힘들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힘든데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며 "지난 시즌과 비슷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 도중 하프타임에 양동근은 아이들의 영상을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프타임에는 선수들의 가족이 응원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양동근의 아들 진서와 딸 지원은 '아빠' 양동근에게 애교있는 응원을 보냈다.
아들 진서는 양동근을 향해 "아빠 늦게 와도 돼요"라고 말했고, 딸 진서는 "아빠 우승반지 가져오세요"라고 외쳤다.
양동근은 "집에 가면 둘째는 양복을 입고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다른 아빠들은 퇴근을 해서 놀아주는데 나는 어쩌다 한 번씩 집에 가지 않나"라며 "결혼식에 가려고 양복을 입으면 딸이 '이제 회사에 다니는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들은 경기에서 지고 전화를 하면 '왜 졌냐'고 하면서 '집에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그는 "오늘 인터뷰를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 애들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힘을 얻었음을 드러냈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모비스는 원주 동부-인천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동부와 전자랜드는 27일 5차전을 치른다.
양동근은 "두 팀은 장점이 확실한 팀이다. 동부는 높이도 있고 수비가 좋다. 전자랜드는 높이가 낮아도 스피드가 좋다"며 "내일 경기를 봐야겠지만 어느 팀이 오든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모비스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면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우승을 일구지만 양동근은 "설레발은 안된다"며 신중했다.
양동근은 "지난 시즌에 설레발을 치다가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다. 지난 시즌 막판 무조건 우승이라고 생각하다가 LG에 정규리그 우승을 뺏겼다"며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3연승으로 이기자고 했는데 5차전까지 왔다. 역시 설레발을 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