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열흘 앞두고 21개 회원국 재무장관과 구조개혁장관들이 인천에 모인다. APEC 회원국들은 글로벌 경제가 통상 갈등, 인공지능(AI)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는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회의는 APEC 역사상 처음으로 재무장관회의와 구조개혁장관회의가 함께 열리는 행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대만, 캐나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APEC 21개 회원국이 참여한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APEC 재무장관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과 태국,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대만, 홍콩,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 7개국에서는 장관급 인사가 참석한다. 중국과 일본은 차관급, 미국은 부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도 회의에 참여한다.
첫째날인 21일에는 APEC 재무장관회의가 열린다. 회의는 ▲세계·역내 경제금융전망 ▲디지털금융 ▲재정정책 ▲다음 재무장관회의 주제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역내 경제 전망을 공유하고 향후 5년간의 경제 협력 방안을 담은 '인천 플랜'을 논의할 예정이다.
둘째날인 22일에는 '혁신과 디지털화'를 주제로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 최초의 합동세션이 진행된다. 이어 재무·구조개혁 장관과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간 합동 오찬도 처음으로 열린다.
같은날 오후에는 APEC 구조개혁장관회의가 열린다. ▲구조개혁의 역할과 향후 방향 ▲시장·기업환경 개선 등 2개 세션으로 나눠 논의가 진행된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급속한 기술 발전, 인구 구조의 변화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 개혁 방향과 역내 협력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역내 시장·기업 환경 개선, AI·디지털 전환 촉진, 경제적 잠재력 실현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도 채택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마지막 날인 23일 ▲경제적 잠재력 실현 ▲기타 이슈 논의 등 2개 세션을 진행하고, 합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는 회의 주최자 자격으로 21개국 대표자들을 맞이한다.
최근 다자주의 외교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 부총리가 역내 경제 협력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의 성과가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대전환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우리나라가 규제 혁신, 데이터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산업구조 개혁, 노동시장 구조변화 대응 등에 대한 새로운 모범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또 최근 신용위기 위험과 관세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경제·금융 협력 모델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한국의 문제가 글로벌의 문제고, 글로벌의 문제가 한국의 문제가 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각국 인사들과 만나고 다자무대에서 네트워킹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관세협상을 이어간 한국과 미국이 APEC 회의를 계기로 논의에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국간 장관급 회동이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한미 양국이 지난주 입장차를 상당 부분 좁힌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이번주에도 물밑에서 협상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초 3500억 달러 투자패키지 전액을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재는 우리 의견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조달할 경우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