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최고 6만%의 이자를 부과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가족·지인을 협박해 악질추심을 이어간 사채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를 받는 총책 A(48)씨 등 사채조직 17명을 검거해 A씨 포함 11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채조직이 범행할 수 있도록 대포폰을 제공한 13명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총책에 대포폰과 체크카드 등을 제공하며 도주를 도운 2명은 범인도피죄 혐의로 검거됐다.
사채조직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4년 11월 사이 최저 4000%에서 최고 6만% 이자를 부과하는 등 피해자 103명을 상대로 약 7억1000만원을 빌려주고 18억원 가량을 상환받은 혐의를 받는다.
대구에 거주하던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으로 '신용불량자 대출 가능' 광고를 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유인했다.
가족·친구·선후배 등 지인들로 조직을 구성해 영업팀·추심팀·출금팀 등 분업화했으며, "범죄 수익금은 무조건 현금으로만 정산한다"는 등의 단속 회피용 내부 규칙을 세우고 범행 단계별 매뉴얼을 공유했다.
또한 비대면 미등록 대부업 영업을 통해 신원을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했다. 실물 카드나 통장이 없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으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ATM 스마트출금' 기능을 악용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차용증 인증 사진과 가족·지인 10명 연락처를 담보로 받아 10만~30만원의 소액을 빌려준 뒤, 6일 뒤 연이자 4000% 상당을 상환받는 초단기·고금리 대출을 시행했다.
6일 내 상환하지 못하면 1일당 5만원의 연장비를 부과했다. 피해자 103명 중 30~50대가 88명(80.5%)을 차지했으며, 직업은 대부분 회사원이나 자영업이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100여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소액 대출의 함정에 빠져 '연장비'와 '돌림대출'로 피해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피해자 B(31)씨는 2023년 5월부터 2024년 1월까지 30만원을 연체해 연장비 포함 원리금 311만원을 상환했다. 이를 연 이자율로 계산하면 6만8377%에 달한다.
피해자 K(34)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700만원을 빌려 총 1억6000만원을 상환해 이자만 9000만원 상당을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204회에 걸쳐 대출을 했고, 678회에 나눠 상환했다고 한다.
사채조직은 이처럼 피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단계별로 수위를 높여가며 악질적 추심을 이어갔다.
영업팀 담당자가 욕설·협박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송하다 이후 영업팀과 추심팀이 합동해 협박 메시지를 발송했고, 그 다음에는 가족·지인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담보로 받아둔 차용증 인증 셀카를 유포하거나 협박 메시지를 전송했다.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피해자 정보와 차용증 셀카를 게시해 박제하거나, 피해자 사진이 첨부된 '추심 협박용 전단지'를 제작해 전송해 협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족·지인들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거나 가족·지인이 대납하게 되는 등의 2차 피해도 발생했다.
현재 범죄수익 중 15억원 상당은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로 동결된 상태다.
경찰은 'ATM 스마트출금' 기능이 이 사건처럼 악용되는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스마트폰과 ATM 위치에 기반한 출금 제안 등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회사들과 협의해 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불법 사금융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미등록 업체 또는 이자제한을 초과한 사채는 금융이 아니라 범죄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초고금리의 대부업 대출 계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연 이자율이 60%를 넘는 초고금리 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