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랑이에요'다. "사랑하지 않는 죄"라는 말을 툭 던지며 장현성(44)은 창밖을 바라봤다. 배우라는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SBS TV 수목드라마 '쓰리 데이즈'에서 적은 출연분량이지만 장현성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실장 '함봉수'로 드라마 초반을 이끌다가 부하 경호관 '한태경'(박유천)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제국그룹 김도진 회장'(최원영)에게 이용당해 대통령을 '배신'한 탓이다. 현재는 회상 장면에서 간혹 모습만 비칠 뿐이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장현성은 "5부에 전사하는 걸 알고 작품에 참여했다. 배우로서 이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작가가 이야기를 꾸미고 연출자가 표현방식을 채우는 데 합의했다면 배우는 연기만 걱정하면 된다. 그 이상 개입하면 배는 산으로 간다"며 원칙을 지켰다.
"배우는 경쟁자를 만드는 순간 끝이다.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쟁 구도를 만들면 될 일도 안 된다. 물론 한 두 작품 잘 될 수는 있지만, 평생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손해다. 내가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다고 가수로 데뷔할 것도 아니고…. 연출, 작가의 위치를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작품은 마라톤과 같다"는 배우론이다.
오히려 "남자는 무인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함봉수'가 그렇다"며 즐거워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사나 무인들이 가지고 있는 단련된 육체, 정신을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무예에 능한 편이다. 경호실장이다 보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은 있었다.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새벽 훈련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내내 자신감으로 충만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많이 한다. 그림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지만 그리는 붓도 무시할 수 없다. 유일한 크레용이자 붓이자 물감은 몸밖에 없다. 그래서 몸을 게으르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유산소 운동도 하고 웨이트 운동을 하며 40대 중반 평균 남자의 몸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모델같이 불끈불끈한 몸은 부끄럽다."
아쉬움은 남는다. 3~4년 전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 다친 어깨를 지난해 봄에 수술했지만, 아직도 재활 중이다. 그래도 좋지 않은 어깨는 견딜 수 있다. 문제는 감정이었다. "함봉수는 믿었던 대통령에게 총을 겨눠야 했다. 더구나 어떠한 순간에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던 인물이었다. 한태경에 대한 연민과 애처로움도 드러나야 했다. 그러한 복잡한 감정이 다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 인색한 점수를 줬다.
장현성은 "이 작품에 들어갈 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출연 중인 KBS 2TV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할까봐 우려가 앞섰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다. 강직하고 신념이 강한 사람인데 드라마를 보면서 버섯으로 미역국 끓이는 모습이 보이면 안 되지 않겠느냐? 또 시청자가 빨래 돌리는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예능프로그램과 가장 다른 역할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평상시에는 영락없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두 아이 아빠다. "작품에서 강한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전에는 나에게 쉽게 말을 못 걸었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 방송 후 지나가다가 툭 치면서 '아버님'하고 도망가더라"며 싫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아들들은 "배우, 연예인은 안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하루는 준우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험은 노력한만큼 성적이 나오지만 배우는 경쟁도 치열하고 운도 필요하다. 그런 힘든 세계에 발을 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가 된다고 해도 평범한 중·고등학교 생활을 겪고 자기 생각을 하는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정말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연기한다면 시켜야지 별수 있겠느냐?"
장현성은 "나야 배우가 된만큼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지"라고 다짐했다. "배우로서 20년을 살았다. 생각을 돌려보니 10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속 연습하고 싶다. 배우로서 인생을 마감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