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작곡을 하면서 제가 베토벤, 모차르트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어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하하하."
가수 겸 화가 조영남(69)이 9일 저녁 서울 역삼동 '더 라움'에서 새 노래 '대자보'를 공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싱글 앨범은 2010년 '남자 조영남 노래 그리고 인생' 이후 4년 만의 신보다. 앨범에 실린 2곡 '대자보'와 '쭉∼서울' 모두 조영남이 작사·작곡했다. 조영남 자작곡으로 따지면, '화개장터'(1988) 이후 26년 만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형편은 좀 어떠신가요"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대자보'는 올해 초 대학가에 퍼진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조영남은 "(대학생들의) 대자보를 읽고 감격했다"면서 "이것을 노래로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호식이라는 트로트 작곡가를 알게 됐는데, 트로트가 널리 퍼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은 있어요. 그간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팝처럼 해서 효과가 있는지 뽕끼가 있어서 효과가 있는지 말예요."
1979년 4집에 실린 '삽다리'를 연상케 하는 '쭉∼서울'은 자전적인 노래다. 병든 아버지 때문에 고향 삽교리를 떠나 서울로 올라오게 된 사연을 담았다.
이날 자리는 칠순연도 겸했다. "정말 창피해요. 겸손이 아니라 (75세인 아나운서) 김동건 형이 어떻게 견디는지 존경스러워요. 견딜 수 없이 창피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잘 살아왔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생각들이 겹치네요."
소설가 최인호, 작가 겸 번역가 이윤기, 작가 최윤희, 화가 이두식과 김점선,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 등 먼저 세상을 뜬 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1995년 자서전 '놀멘놀멘'을 펴낸 조영남은 또 다른 자서전을 준비 중이다. "쓰고 있어요. '놀멘놀멘' 이후의 일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해요."
조영남은 이날 대자보와 '쭉~ 서울'도 들려줬다. 특히 '통일바보'라는 곡도 처음 선보였다. 이날 현장을 함께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이 단초를 제공했다.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그 답게 많은 인사들이 참석, 축하했다. 조영남과 '세시봉'으로 함께 활동한 가수 윤형주·김세환·이장희, 이상호 전 MBC 기자, 김동건 아나운서, MC 최유라·류시현 등이 그의 생일(4월2일)을 축하했다.
탤런트 김성민을 주축으로 테너 양인준·임상훈, 뮤지컬배우 박동하, 모델 박태준 등으로 이뤄진 프로젝트 팝페라 그룹 '페도라'가 축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한편, 조영남은 '아버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5월8일 오후 8시 고양 아람누리극장을 시작으로 같은 달 11일 성남, 18일 대구 등지를 돈다. '화개장터'와 '모란동백', '딜라일라' '마이웨이' 등을 들려준다. 페도라와 소프라노 박정희, 바리톤 박경준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