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파트보다 비싸도"…'로또판' 주거형 오피스텔 어쩌나

영등포 신길·경기 과천 오피스텔, 청약경쟁률 세 자릿수 '기록'
집값 급등·높은 청약의 벽…주택 수요 대체재 오피스텔에 집중
"아파트 공급 충분했다면 오피스텔 이상 과열 현상 안 나타나"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20~30대 젊은 신혼부부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하고, 청약 문턱이 낮은 오피스텔을 많이 찾아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청약가점이 비교적 낮은 신혼부부들이 아파트 분양으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거형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다"고 이같이 전했다.

이 대표는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주택 수요가 주거형 오피스텔로 이동했다"며 "원룸이나 투룸 형태의 기존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처럼 공간이 확실하게 구분되고, 생활 여건이 좋은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 합성어)'를 찾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근 주거형 오피스텔 분양이 광풍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낮은데도, 수도권에 분양한 주거형 오피스텔의 청약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들끊고 있다. 오피스텔은 실거주보다 임대수익이 목적인 투자 상품 성격이 짙지만, 아파트 대체재로 부각되면서 중대형 오피스텔을 향한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

아파트를 대신할 중대형 주거형 오피스텔의 청약경쟁률과 매맷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주거형 오피스텔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또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몰린 점도 한몫하고 있다. 오피스텔 청약은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가점이 낮아도 청약을 할 수 있고, 오피스텔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특히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가 가능하다. 당첨될 경우 곧바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처분할 수 있다.

지난 3일 청약 접수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은 1312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96실 공급하는데 12만5919명이나 몰렸다. 또 전날 분양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청약에선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나 몰려 청약경쟁률이 1398대1이나 됐다. 주변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역대 가장 높은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매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매맷값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맷값은 전 분기 대비 0.37% 올랐다.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지난해 2분기 0.32% 하락한 뒤 3분기(-0.06%)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4분기(0.05%)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올 1분기(0.23%)에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 경기가 전 분기 대비 0.64%, 인천이 1.03% 각각 상승했다. 경기는 교통 호재가 있는 부천·의왕과 도심 접근성이 좋은 수원 권선·용인 기흥 위주로 올랐다. 지방도 전 분기 -0.11%에서 올 2분기 0.12%로 상승 전환했다. 대전(0.58%), 광주(0.35%) 등의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다만 서울은 상승폭이 전 분기 0.22%에서 올 2분기 0.07%로 줄었다.

전용면적이 큰 중대형 오피스텔의 상승폭이 뚜렷하다. 2분기 전국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 매맷값은 2.15%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는 1.56%, 전용 40㎡ 초과 60㎡ 이하는 0.72% 상승했다. 반면, 전용 40㎡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 가격은 오히려 0.04%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 교통 편의성이 우수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평균 경쟁률이 껑충 뛰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에 분양한 전용면적 59㎡ 이상의 오피스텔 평균 경쟁률이 31.82대 1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에선 주거형 오피스텔 청약 과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면적을 기존 전용 85㎡ 이하에서 전용 120㎡로 완화했다.

또 주거형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당첨 후 명의 이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 전 전매가 가능한 100실 미만의 단지를 중심으로 투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오피스텔 청약이 과열되자, 정부가 전매 제한 대상을 50실이나 70실 미만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기존 규제까지 완화한 정부가 규제 카드를 섣불리 꺼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과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아파트 청약 장벽이 높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주거용으로 활용한 가능한 오피스텔로 옮겨가면서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것"이라며 "주택 수요에 맞게 꾸준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빚어진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오피스텔 규제를 완화한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며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의 실제 공급 시간차를 감안하면 오피스텔을 향한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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