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만800원 '23.9%↑' vs 8720원 '동결'…勞使 최저임금 최초안 제출

노동계 이어 경영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안 제출
2000원 이상 간극…"인상 요인 없어"vs "대푝 인상"
동결안에 노동계 반발 잇따라…"동결안 철회하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23.9% 오른 1만800원을, 경영계는 올해(8720원) 수준으로 동결을 각각 제출했다.

올해 노사 요구안의 격차가 2000원을 넘는 만큼 심의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는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제시한 요구안을 두고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계 요구안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8720원으로 요구해 올해 수준에서 동결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현 정부 들어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불 능력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요인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3.9%로 높은 반면,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하는 데 그쳐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경영계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인 중위 임금 대비 60%를 초과했고 주요 선진국인 G7과 비교해도 높다는 점을 근거 삼아 동결론을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를 개선하지 못한 채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며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구직자와 고용의 주체인 자영업자, 영세·중소기업 모두 최저임금의 안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본부장도 "구직자 10명 중 8명이 내년 최저임금 오르면 일자리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사업주만의 왜곡된 시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19로 경제 불평등과 노동시장 양극화가 극심해진 만큼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4일 최초 요구안을 공개한 노동계는 올해보다 23.9% 인상한 1만800원을 제출했다. 월 환산액 기준으로 산정하면 225만7200원(주휴 시간 포함 209시간)으로, 노동계가 지금껏 제출한 요구안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은 가구 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가 기준으로 삼는 비혼 단신 노동자 1인의 생계비는 208만원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주 소득원이 다인 가구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가구 생계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실제 최저임금 인상은 저조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2018년 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5% 인상될 때 실질 임금 인상률은 0.6%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이 20% 인상돼도 실질 인상은 7.1%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수준"이라며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 요구안 공개로 노사 입장 차가 확연해지며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6일 제7차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사가 제출하는 최초 요구안은 수정을 거듭하며 격차를 좁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2000원 이상의 간극이 확인된 만큼 올해 심의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이견 차가 극심할 경우 결정권을 쥐게 되는 공익위원들의 역할도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대 노총은 이날 경영계의 동결안 발표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동결안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하고, 저임금 해소와 임금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제도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2020년과 2021년 최초안으로 4.2%, 2.1% 마이너스를 제시한 데 이어 또다시 동결을 제시한 사용자위원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4.0% 경제 성장 전망과 1.8%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발표된 상황에서 동결은 사실상 최저임금을 삭감하자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양대 노총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오는 30일 경총 앞에서 사용자위원의 동결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사 최초 요구안 제출에 앞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지에 대한 안건을 두고 표결이 진행됐다.

노·사·공익위원 27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15명의 반대로 안건은 부결됐다. 찬성과 기권은 각각 11명, 1명이었는데 사실상 노사 위원 9명을 제외하면 다수 공익위원이 반대안에 투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전 업종에 대해 단일 임금이 적용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은 이날(29일)까지다. 최저임금위가 법정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5일이다. 이의신청 등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시일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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