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화 먹통, 한달째 수령 불가…'분노 유발' 미국 실업수당

플로리다 수당 수령자, 전체의 7%에도 못 미쳐
주 정부, 프리랜서·긱 워커 수당 신청 절차 혼란
온라인 시스템 노후·인력 부족…한달째 수령 불가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에서 실업 쓰나미가 발생한 가운데 실업수당 신청과 지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인 수백만명이 아직도 첫번째 실업수당도 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플로리다주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170만명이 실업수당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받은 사람은 12만명에도 못 미쳤다. 전체의 7% 수준이다.


WP는 플로리다 주민이자 47세 이벤트 기획자인 홀리  스트라우트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실업수당에 필요한 신원확인 오류로 이메일, 팩스, 전화 작업에 매달렸다. 하루에 100통 넘게 전화를 건 날도 있다. 고생 끝에 신청하고 3주가 지난 이달 초에야 당국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내가 실업수당 부적격자라는 말을 들었다. 다시 신청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고 현금과 인내심이 바닥난 스트라우트는 전국 2650만명의 실업자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불과 5주 사이 이 정도 규모의 실업수당 청구가 이뤄졌다.


WP는 전국적으로 실업수당 미지급 건수가 300만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4일 기준으로, 전날 발표된 신규 주간 청구 건수가 440만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으리라고 예상된다.


지난달 통과된 코로나19 경기 부양 패키지에 따라 급여 생활자뿐 아니라 수백만 프리랜서, 긱 워커(독립형 단기 계약 근로자) 및 자영업자(self-employed)도 7월말까지 실업수당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배달원이나 우버 드라이버도 신청 대상이다. 하지만 언제 신청이 실제로 가능하고 지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스트라우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주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WP는 전국에서 10개주만이 이들에게 실업수당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에 따르면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등은 이미 해당 신청을 받고 있다.


반면 오하이오주는 5월 중순에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주들은 언제 접수가 가능한지 밝히지도 못했다.


지급 지연 사태는 구식 컴퓨터 시스템과 인력 부족으로 더 악화되고 있다.


요리사로 일하다가 해고된 플로리다 거주자 거린더 해리슨(53)은 3월22일 실업수당을 신청서를 냈지만 여전히 돈을 받지 못했다. 그의 지원서는 여전히 '등록 대기' 상태다.


핫라인에 50번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주지사가 서버를 확충했다고 말한 뒤 홈페이지에 접속해봤지만 관련 질문에 모두 답변하자 서버가 다운됐다.


그는 "내 동료 중 누구도 실업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며 "매일 아침 7시30분 로그인하려고 하지만 오류창만 뜬다. 실업수당이나 현금 지급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패키지에 따르면 시민 개인에게 최대 1200달러 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지만, 지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줄리아 레인 뉴욕대학(NYU)의 와그너 정책대학원 교수는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주들은 현대 정보기술(IT)과 인력 교육에 투자하지 않았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예산 삭감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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