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탈세와의 전쟁’ 목표 인도 화폐개혁, 인신매매산업에 직격타


'탈세와의 전쟁’을 목표로 시행한 인도의 화폐개혁이 시행 한 달 여 만에 인신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22일(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이 반인신매매 관련 10개 단체를 조사한 결과 평소보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피해자의 수가 90%나 극적으로 감소했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이 발표한 '2016 세계노예지수’에 따르면 인도의 노예 노동에 처한 인구는 18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약 13만5000여 명의 어린이가 인신매매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 구출에 앞장서는 비정부기구 프라좌라를 설립한 수니타 크리슈난은 "화폐개혁이 성 매수자의 급격한 감소를 유발해 인신매매 공급망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프라좌라의 보호소에는 매달 평균 60~70명의 피해자가 입소하지만 지난 40일 동안 들어온 피해자는 6명에 불과하다. 그는 "20년 이상 이 일을 해 오면서 인신매매 산업 전체가 이렇게 타격을 입은 것은 처음본다"고 덧붙였다.

구조재단의 수석조사관 역시 "정식으로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현장 요원들이 급격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춘업소의 고객 감소는 인신매매업자들이 여성을 사고 이동시킬 돈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을 사는 데에는 보통 20만 루피(약 354만2000원)가 드는데 요즘은 그만한 현금을 융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화폐개혁이 인신매매로 내몰린 피해자들의 사정을 더욱 열악하게 해 그들의 소득을 극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인한 생활고 악화로 인신매매업자에게 빚을 지고 새롭게 노예노동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비정부기구 아프네 압의 설립자 루치라 굽타는 "시장이 왜곡되면서 여성들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화폐개혁으로 혼란한 가난한 집안의 여성들이 성매매업소로 넘어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수도 델리의 홍등가)GB로드에서는 나중에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포주들의 말만 믿고 무료로 혹사하는 여성도 많다"고 말했다.

GB로드를 폐쇄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델리여성위원회의 스와티 말리왈 대변인은 "어떤 여성은 하루에 30명이 넘는 손님을 받는 등 GB로드에서의 여성 착취는 더욱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달 8일 인도 현금 유통의 86%를 차지하는 500루피와 1000루피 등 고액권 화폐 두 종을 갑작스럽게 폐지하고 2000루피 신권을 발행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쌓아둔 구권은 은행에서 신권 또는 작은 단위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계좌가 없고 현금 사용이 많은 빈곤층과 중산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전히 현금이 부족하고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침체된 상태다.

특히 인신매매로 노예노동에 내몰린 사람들은 은행계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된다. 뉴라이트재단의 우르미 바수는 "(구권으로 임금을 받은)여성들이 신원이 불분명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일이 수천 명이었다"며 "곧 무효가 될 지폐가 옷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인신매매 감소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인도 세이브더칠드런의 총책임자 프라핫 쿠마는 "인신매매는 조직적인 범죄"라며 "관련 업자들은 외부 환경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수단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레스큐재단 조사관 역시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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