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만㎞ 답사 끝에 쓰고 그렸다 '삼국지 그림 기행'

“제갈량은 후주(後主) 유선에게 유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글을 남겼다. ‘소신은 성도에 뽕나무 800그루와 가족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논밭을 갖고 있습니다. 원중군의 책임자로서 의복 등을 지급받았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여분의 재산을 더 쌓아서 폐하의 신뢰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제갈량의 삶의 자세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예컨대 ‘적벽 대전’이라는 큰 전투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진행된 것이지, 주전장은 어디였는지, 수십만명의 눈앞에서 벌어진 그런 전쟁조차 그것을 알수 없는데, 그 전후에 진중의 깊숙한 곳에서 은밀하게 오고간 노숙과 제갈량의 대화를 어떻게 그토록 자세히 알 수 있겠는가. 실은 이것이 중국 사서의 특질 내지 습관인데, 앞뒤의 사실적 맥락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인물의 발언은 자유롭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또 그것이야말로 역사가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삼국지’는 중국사의 어느 시대보다 많은 인물들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허구로서의 소설과 역사의 대비를 말할 때 ‘삼국지’보다 흥미로운 텍스트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역사와 허구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과 이야깃거리는 허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삼국지 그림 기행’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안노 미쓰마사(90)가 중국 전역 1만㎞의 취재여행과 4년에 걸친 집필 끝에 완성한 대작이다. 주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현지 취재, 역사가의 추리 등이 저자의 독창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일러스트와 결합돼 중국역사의 흥미로운 한 시기의 실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영웅들의 이름이 후세에 알려진 배경에는 전쟁으로 고통받은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한다. 인용한 수많은 한시들에서도 삶의 소박한 기쁨을 빼앗긴 민중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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