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위안부 뮤지컬 김현준, 이번에는 '그린카드' 연출…뉴욕 입성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창작뮤지컬 '컴포트 우먼'을 지난해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올려 주목받은 유학생 연출가 김현준(26)이 신작을 선보인다.

배우 겸 프로듀서 김수로(46)와 손잡은 뮤지컬 '그린 카드'다. '아시아브리지 콘텐츠의 김수로 뉴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8월12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다. '컴포트 우먼'이 공연된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 무대에 또 오른다. 김 연출에 대한 현지의 믿음이 확인된 셈이다.

비자 기한이 만료된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인 여성과 위장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유학생들의 애환을 유머러스하게 담는다.

뉴욕에 있는 김 연출은 e-메일 인터뷰에서 "오프브로드웨이 차기작이라는 부담감이 컸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기쁘다"고 말했다.

뉴욕시립대(CUNY)에 재학 중인 김 연출은 11개국 출신 배우 53명과 스태프 30여명이 참여한 '컴포트 우먼'으로 한국에서까지 눈도장을 받았다.

 "'컴포트우먼'때는 내가 투자부터 기획에 신경을 쓰느라 놓친 부분이 많았다. 사실 투자라는 부분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번에는 작품과 연출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린 카드'는 비장했던 '컴포트 우먼'과 장르,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친구에게서 소재를 얻은 것인데, 사실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뉴욕에 와서 많은 유학생 친구들이 힘들어한다. 꿈속에 그린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국에 왔지만 현실은 주야장천 알바만 해야하는 실정이다. 나도 미국에 와서 3년간은 한식당에서 접시닦고 나르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힘들었다. 꿈을 위해 꿈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며 시간만 흐르는 고통이 컸다. 그런 아픔을 가진 유학생 친구들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가끔 있다. 유학생으로서 신분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아, 결국 꿈에 한발짝도 못 나아가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신분을 벗어나고 영주권(그린카드)을 받으려는 많은 한국인 친구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극을 쓰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소재라고 본다. "많은 이방인, 이민자, 유학생, 외국인들이 리딩공연을 보며 코미디인데도 먹먹하게 공감하는 분이 많았다. 미국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 절대 뚫기 힘들어 보이는 백인의 벽, 생계의 걱정, 이런 부분에 많은 공감을 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김수로가 참여해 화제다. 김수로는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브랜드와 뮤지컬, 연극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겨울에 한국에 잠시 들어가 많은 프로듀서들을 만났다. 특히 김수로 프로듀서와 (아시아 브리지 콘텐츠의) 최진 프로듀서의 만남이 뜻깊었다. 공연기획사지만 아티스트의 성장, 작품의 성장에 가장 포커스를 맞추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차기작들을 같이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대본부터 기획, 연출까지 내가 하는 것을 굉장히 좋게 보셔서 장기적인 파트너로 가기로 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김수로 프로젝트의 하나인 스몰 라이선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봤다.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한국까지 세 곳의 공연을 다 봤는데 오히려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더 현실감있게 제작이 돼 놀랐다. 사실 '한밤개'가 무대와 조명이 유명한 공연이라 기대를 안 했었는데 오히려 한국 공연이 더 (주인공인) 크리스토퍼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재미있게 잘 봤다. 특히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의 무대가 압권이었다."

첫 연출작으로 비교적 그에게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해준 '컴포트 우먼'은 "정말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하루라도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했었고, 그에 많은 주목도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빠른 주목이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업계 분들에게는 미움도 받게 된 것 같다"는 마음 때문이다. "사실 내가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을 '컴포트우먼'을 하면서 다 잃었다. 회수를 못받아서. 그런데 이 작품으로 상업적인 이득을 챙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정말 상업적인 이득을 위해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소재를 선택할 사람이 있나도 싶다. 여기저기서 근거없는 욕을 먹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뒤에서 응원해주셔서 더 달려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시안과 미국인이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작곡가, 작가들과 협업 중이라는 김 연출에게 뮤지컬이란 "종교 아닌 종교인 듯 싶다". "다섯 살 이후로 쭉 20년간 뮤지컬 만들겠다는 꿈만 꿔왔기 때문"이다.

네 살때 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을 본 후 "공룡 꿈 대신 캣츠 꿈만 꿨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후 '캣츠' 마니아가 됐고, 2001년 설앤컴퍼니가 진행한 '캣츠' 빅탑시어터 공연이 전환점 중 하나가 됐다.

 "우연히 복도에서 캣츠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설도윤 (설앤컴퍼니) 프로듀서 눈에 띄어서 내 소개를 하게 됐다. 예쁘게 보셨는지 그떄 어셔(안내원)에게 말해서 내가 올 땐 빈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캣츠를 볼 수 있었다. 같은 작품을 수없이 봤더니 뮤지컬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더욱더 커지더라. 설 대표와 정회진(뮤지컬 에이전시 블루스테이지) 이사는 지금도 뒤에서 조언해주시고 한국 가면 뵙는 고마운 내 대부, 대모다."

꿈의 무대인 브로드웨이는 "아직 생각도 못해본 것 같다"고 했다. "40개의 브로드웨이 극장이 3개의 극장 컴퍼니와 몇몇 극장에 의해 움직이는데 유대인, 백인 파워가 굉장히 세다. 그래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우리 이야기를 담백하게 외국인에게 풀어내고 싶다."

한국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는 그는 "여기서 성공하고 돌아가고 싶다"며 "최대한 열심히 뛰어서 한국과 뉴욕에 다리를 만들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 작품을 보면 브로드웨이보다 뛰어난 작품도 많다"고 말했다.

미국 무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동양인이 서양 이야기로 승부를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인 프로듀서 입장에서도 그 문화를 가장 잘아는 연출에게 지원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 우리 소재를 알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안 소재까지 더불어서. 그게 우리가 가장 잘 그려낼 수 있는 소재다. 많은 아시안 소재들이 미국 연출들에 의해 오리엔털리즘에 빠지는 경우를 봤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아시안 창작진이 선두로 나서서 아시안 골든에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인이 공감할 우리 소재를 찾아야 한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