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YT "수 조 달러 악성채무, 세계경제 발목 잡을 것"

중국 부실채무 5조 달러, 유럽은 1조 달러 규모

전 세계 수 조 달러에 달하는 부실채무가 앞으로 세계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중국과 유럽의 부실 여신 규모가 각각 5조 달러(약 5975조원)와 1조 달러(약 1195조원)에 달한다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안게 되는 부담들이 심각한 경제지체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는 등 앞 다퉈 은행 문턱을 낮추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G2(주요2개국)인 중국과 미국이 부실채무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신흥시장들도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의 부실 채무가 5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의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키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정리하는 데는 여러 달이 걸렸다. 요즘은 저유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에너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 기업들에게 셰일 오일을 개발하라고 빌려 준 막대한 채무를 금융권이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유럽의 경우 부실여신의 규모가 1조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는 지난 주 부실채권 청산 방침을 발표했다. 브라질의 경우에도 부실채무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의 알베르토 가요(Alberto Gallo)는 “경제 붐이 지속되다가 거품이 꺼지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손실이 언젠가는 이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를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호시절에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값싼 이자에 돈을 쉽게 빌려 쓴다. 그러다가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빚을 갚는 게 어려워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게 마련이다. 경기가 좋았던 만큼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부채의 크기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이 해야 하는 합리적인 판단은 불량여신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건전한 여신을 새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악성채무를 정리한다는 것은 빚을 진 기업과 개인들을 파산으로 몰고 간다는 의미이다. 이런 조치들은 경제 전반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미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양질의 여신을 새롭게 일으킨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딜레마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실채무 정리를 늦춘 채 안고 갈 경우 은행은 신규 대출을 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된 기업이나 개인은 새로운 투자를 하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경제회복도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중국의 악성 채무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악성채무가 중국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이는 결국 세계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앞 다퉈 새로운 대출과 금융상품들을 팔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콩 주재 금융연구 기관인 ‘오토노머스 리서치(Autonomous 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말쯤 30조 달러 정도의 여신 및 금융자신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7년 전에 비해 9조 달러 정도 늘어난 규모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금융분석가인 찰린 추는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엄청난 규모로 여신이 늘어난 사례는 없다”며 “이는 결국 직간접적으로 전 세계 모든 금융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는 올해 말 쯤 중국 금융기관 여신의 22%는 이자를 받지 못하는 부실상태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악성채무와 부실 금융자산의 규모는 2조6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많게는 4조4000억 달러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5조 달러대의 손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대학 산하 HSBC 비즈니스스쿨의 부교수인 크리스토퍼 볼딩은 중국 기업들의 은행 이자 지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8% 정도가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볼딩 교수는 기업 뿐 아니라 개인까지 포함하는 전체 여신의 불량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