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컨셉코리아' 갈수록 퇴보? 뉴욕패션행사 운영·홍보 허점

한인언론 찬밥…관객도 눈에 띄게 줄어

"컨셉 코리아가 어느 브랜드지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이 해마다 두 차례씩 '뉴욕패션위크'를 통해 개최하는 '컨셉 코리아(Concept Korea)' 행사가 홍보마케팅의 엇박자와 함께 해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컨셉 코리아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세계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개최되며 1일 맨해튼 '피어59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을·겨울(F/W) 2016' 행사까지 통산 13번 진행됐다.

초기만 해도 한국의 패션을 새롭게 알리는 패션쇼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같은 디자이너들이 중복 참여하면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후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되긴 했지만 매번 비슷한 형식이어서 관심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 행사에서는 홍보 마케팅의 문제까지 노출해 로컬 언론의 취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한 유력 언론은 "올해는 사전에 보도자료가 전혀 오지 않았다. 담당기자가 알아서 취재를 하니까 행사 끝나고 자료가 오더라"고 어이없어 했다.

이날 개막한 컨셉 코리아는 지난해 가을에 이어 남성복 부문 디바이디(DBYD)의 강동준 디자이너와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의 장형철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여성복 부문 자렛(JARRET)의 이지연 디자이너와 함께 요하닉스(YOHANIX)의 김태근 디자이너가 새롭게 가세했다.

해마다 디자이너들은 심혈을 기울인 독창적인 컬러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주최, 주관사의 역량 부족과 구태의연한 아이디어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참석한 오모씨는 "한 미국 친구가 컨셉 코리아가 대체 어떤 브랜드냐?"고 물어 실소를 터뜨렸다. 컨셉 코리아라는 타이틀만 강조한 나머지 정작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는 미국인들의 뇌리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3번이나 행사가 되풀이됐음에도 진행상의 미숙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4년의 경우, '컨셉 코리아(Concept Korea)'라는 큰 제목이 쓰인 배경 화면이 깨져 나오고 예정 시간보다 25분이나 늦게 시작됐지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프로같지 않은 미숙한 모델들이 나오고 너무 빠른 워킹으로 메인이벤트인 런웨이 패션쇼가 20분 만에 끝나 관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뉴시스 2014년 2월12일 송고기사 참조>

올 행사에서도 사전 예약을 했음에도 명단에 없어서 일부 관객들이 황당해 하고 행사 시작 후에도 자리를 찾고 이동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담당직원도 자주 바뀌고 홍보대행사도 올해 교체돼 그나마 갖고 있던 노하우도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로컬 한인 매체를 사실상 배제한 채 본국에서 파견된 특파원들에게만 홍보자료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한 로컬 신문사의 패션담당 기자는 "해마다 오던 보도자료가 올해는 없어서 컨셉 코리아를 하는줄도 몰랐다. 주최측이 한국에만 보도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인 언론에 소홀한 행태는 전체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류 매체와 주류 사회가 한인언론을 주시하고 많은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보마케팅의 결격 사유가 되고 있다.

인구의 55%가 이민자인 뉴욕에서 소수계 언론의 비중은 특별하다. 최근 뉴욕시는 "인구의 절반이 소수계 언어로 정보를 취득한다"면서 소수계 언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뉴욕시립대 저널리즘스쿨은 매일 한인 언론의 주요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 주류사회와 타민족에 서비스하고 있다.

한인 라디오의 한 관계자는 "컨셉 코리아가 시들해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국 언론을 통해 그럴 듯 하게 포장해서 기사만 나가면 된다는 생각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2011년만 해도 링컨센터의 유서깊은 공연장 에이버리 피셔홀 회랑에서 열린 컨셉 코리아는 패션쇼의 상식을 깨뜨린 파격적인 이벤트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면서 "전에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보는 관객들이 상당수였는데 요즘엔 링컨센터를 떠나 맨해튼 외곽에서 열리는 탓인지 썰렁함마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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