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악관 천막 할머니' 35년 농성마치고 영면…1981년부터 반전반핵 시위 코니할머니

미 정치사상 최장기 농성기록…1981년부터 반전반핵 시위

'백악관 천막 할머니'로 잘 알려진 콘셉시온 피치오토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5년간 백악관 앞 펜실베니아 애버뉴에서 비닐 움막을 치고 반전 반핵 농성을 해온 피치오토 할머니가 25일 노숙자지원시설 'N스트리트빌리지'에서 80세(추정)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코니 혹은 콘치타라는 애칭으로 불린 할머니의 사망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낙상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코니 할머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농성하는 이유에 대해 "파괴하는 세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아무리 작은 전쟁이라도 중단되어야 하며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어떠한 것도 용납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모자와 스카프를 착용한 코니 할머니는 워싱턴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미국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 바로 앞에 손으로 반전구호를 쓴 배너 등을 옹색한 비닐 움막 주위에 붙인 채 유인물을 나눠주며 농성하는 할머니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바보 짓을 한다며 비웃기도 했지만 동료 시민운동가들은 그녀의 지칠줄 모르는 농성에 존경을 표하며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받아들였다. 스페인 출신인 그녀는 미국 뉴욕으로 이민온 1960년이전의 삶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의 스페인총영사관에서 비서 업무를 맡았던 그녀는 이탈리아 출신의 남성과 사랑에 빠져 1969년 결혼했고 아기때 입양한 딸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남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딸을 불법적으로 빼앗겼다며 이를 정치인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백악관 앞으로 오게 되었다.

비록 딸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철학자이자 평화주의자 윌리엄 토머스를 만나 시민운동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1981년부터 백악관 앞에서 반전운동 농성을 시작한 그녀는 1984년 합류한 엘렌 벤저민과 함께 세 명이 천막을 치고 시위를 계속했다.

엘렌과 윌리엄이 결혼하면서 미묘한 관계가 되기도 했지만 세 사람은 반전운동의 농성을 멈추지 않았다.

1993년엔 핵폐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호응을 얻어 의회에 정식 발의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일리노어 홈스 노턴 의원은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반핵운동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농성은 워싱턴 DC 관광 가이드의 안내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2004년 마이클 무어감독의 화제작 '화씨 9/11'과 다큐영화 '펜실베니아 에버뉴의 신탁'에도 등장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코니할머니의 농성은 2009년 28년을 길에서 함께 한 토마스가 사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하지만 그녀는 "토마스의 명예를 위해서 나혼자라도 이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신념을 발휘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2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그만 택시에 치여 다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녀의 천막농성은 다행히도 다른 동료운동가들이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이어나갔다.

그러나 최근들어 동료 운동가들이 야간 불침번을 서는 일을 중단하면서 경찰이 천막을 철거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등 시련이 계속됐다. 미국의 경찰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농성장에서 사람이 떠나면 언제든지 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코니할머니는 지난해부터 N스트리트 빌리지 시설에서 기거하며 백악관 앞길까지 걸어와서 농성을 하는 방법으로 변화를 주었다.

지난 1월 5일 백악관 앞에서 할머니를 만났다는 '글로벌웹진' 뉴스로의 윌리엄 문 기자는 "고령의 할머니가 매서운 추위속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들을 고발하는 배너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할머니는 늘 여기가 나의 집이고 삶의 현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에 살면서 수십년간 백악관 앞에서 본 분인데 이날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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