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은석, 이제는 당당한 더블 타이틀롤…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배우 박은석(31)은 1년6개월 동안 더욱 단단해졌다. 2014년 라이선스 뮤지컬 '드라큘라'로 대극장 첫 주연을 맡았다. 뮤지컬스타 류정한(45), 'JYJ' 김준수(29)의 언더스터디(대체배우)였다.

그러나 트리플캐스팅이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에 걸맞게 활약했다. 키 180㎝가 넘는 체격조건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특히 고전미를 풍겼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큘라' 두번째 시즌에서 당당히 김준수와 더블캐스팅으로 이름을 내걸었다.

박은석은 지난 첫 시즌 '드라큘라'에 대해 "대극장 주연을 맡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굉장한 기력과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지. 1막이 끝나고 나서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잘 먹어야겠다' '잘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앙상블을 할 때 주조연들이 몸에 좋은 걸 왜 그렇게 먹은지 이제야 알게 됐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이 바탕으로 미국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2004년 미국에서 초연된 후 스웨덴, 영국, 캐나다, 일본을 거쳤다.

400년의 세월 동안 한 여인 '미나'(엘리자베스)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이야기다. 순정과 함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상처와 슬픔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드라큘라는 초현실적인 캐릭터다. 성격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을 법하다.

"이전 시즌에는 드라큘라의 사랑에 대해 많이 집중했다. 미나와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니까. 그런데 이번에 드라큘라와 신과의 관계를 생각 중이다. 그 전에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 발견되더라."

운명적인 집착이다.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운명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니 둘의 관계가 더 깊게 느껴진다. 신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죽게 되니…. 신이 소중한 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니 분노할 수밖에. 그래서 이번에 좀 더 드라큘라를 깊고 디테일하게 해석하고 있다."

집념이 강한 드라큘라가 자신과 닮은 것 같다. "한 번에 두 가지를 아주 못하는 편에 속한다. 한 가지에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성격이다. 그런 부분이 공통점이다. 다른 부분은 드라큘라가 더 열정적이고 행동적이다. 나는 생각을 좀 많이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는 않지만, 드라큘라 개인에게는 해피엔딩이라며 희비극이라고 수용했다. "결국 미나를 통해서 저주의 삶을 끝내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오랫동안 고통의 삶을 살아왔는데 그게 끝나는 것이지. 죽음으로써 끝나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혼의 쉼이다."

와일드혼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0년 앙상블 데뷔작인 '몬테크리스토'로 와일드혼을 접했다. "와일드혼의 음악에서는 여러가지가 연상이 된다. 시대와 이야기에 분위기가 잘 묻어있다."

어린 시절 검도를 한 박은석은 대학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하다 군 전역 후 스물 다섯살에 국민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틀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예술보다 온몸을 쓰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활동적인 것이 내게도 더 맞고. 배우를 하기 전에는 공연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인생에 대한 파이팅을 고민하다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박은석과 한 번 작업한 사람은 그를 계속 믿게 된다. 그를 '드라큘라' 주연으로 내세운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와 데이비드 스완 연출이 대표적이다. '드라큘라' 이후 '드림걸즈'의 지미 역을 맡았고 다시 '드라큘라'에 출연하게 됐다.

"신춘수 대표님이 '너를 뽑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정말 감사했다. 스완 연출님은 처음에 조급해했는데 이제는 여유를 준다. 믿어주니 더 열심히 해야지."

연출 서재형·작가 한아름 부부 콤비와도 인연이 깊다. 뮤지컬 '영웅'에 앙상블로 출연할 당시 한 작가가 눈여겨봤고 그를 서 연출의 음악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2011)에 추천했다. 이후 두 사람의 작품인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2012)에서 주인공인 '구동'을 맡아 뮤지컬팬들 사이에서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두 사람의 또 다른 작품인 뮤지컬 '주홍글씨'에도 나왔다.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감사함이 많다"는 마음이다.

박은석의 출연 목록은 알짜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실험적인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역시 마니아와 평단의 호평을 들었다. '드라큘라'는 그 가운데서도 특별한 작품이다. "내가 가진 장점과 잘 맞았다. 배우 생활을 하는데 큰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더 좋은 배우로 나아가는데 발판이 돼 준, 고마운 작품"이라며 눈을 빛냈다. 그의 두 번째 '드라큘라'가 성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큘라' 23일부터 2월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드라큘라 김준수·박은석, 미나 임혜영, 반 헬싱 강홍석, 조나단 진태화, 루시 이예은. 프로듀서 신춘수·백창주, 연출·안무 데이비드 스완, 무대 오필영. 러닝타임 2시간 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5만~14만원. 오디컴퍼니·롯데엔터테인먼트·씨제스컬처·오픈리뷰.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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