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발음하는 순간부터 무게감이 밀려온다. '어려운' 고전예술이라는 인식이 짙다. 하지만 숭고한 매력을 깨닫을 때 치유의 힘은 어느 장르보다 크다.
MBC 이보경(51) 기자도 그랬다. 이 기자는 최근 힘든 시간을 통과해왔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MBC의 공정방송을 외치며 벌인 6개월의 파업과 그로 인한 여파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감상한, 150편이 넘는 오페라가 힘이 됐다. 이 기자가 펴낸 '오페라홀릭: 인터넷오페라로 경험한 천 개의 세상'은 '인터넷오페라'에 대한 보고서다.
무대는 물론 현장의 예술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공연예술 문화도 바꾸고 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결승을 유튜브로 보기 위해 밤을 꼬박 새는 것이 지금 문화다.
공연장까지 가는 수고와 번거로움, 금전적인 지불 없이 집에서 오페라를 편하게 즐기다보면, 그 높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문턱을 넘는 건 시간 문제가 된다.
마스카니 작곡의 이탈리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빈에서 초연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를 비교하는 부분에서는 마초이즘과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장미의 기사' 속 원수 부인과 '돈 조반니'를 비교하면서, 탈선을 통해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 군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공감도 든다. 최고의 두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와 안나 네트렙코의 삶과 노래를 비교 조망하는 부분은 성악가의 엄중함을 벗는다.
요절한 빼어난 네 명의 작곡가 모차르트(35세 사망), 비제(37세 사망), 페르골레시(26세 사망), 벨리니(34세 사망)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는 건, 작품의 카타르시스를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기자가 인터넷으로 감상한 157편의 오페라 목록을 정리했다.